토요일 자에 실린 ‘여기자의 세상읽기’ 칼럼 “잔치는 끝났다”를 읽고 몇 자 적어본다. “한푼 안 쓰면 한푼 버는 것이고, 없으면 쓰지 말자”는 말에 공감한다.
나는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다가 몇 해 전부터 가사에만 전념하며 가정주부로 살고 있다. 남편은 둘이 벌 때의 좀 넉넉했던 걸 못 잊어 내가 다시 나가 돈 벌어오길 고대하는 눈빛이었지만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살림을 잘하면 그게 바로 돈 버는 것”이라고.
그래서 시작한 것이 우선 쿠폰을 챙기고, 스토어 브랜드를 사고, 꼭 필요한지 시간을 두고 생각하고, 세일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 등이었다. 이렇게 살다보니 별로 부족하지가 않았다.
어느 날 미국인 친구로부터 굿윌에 가서 옷가지를 장만한다는 말을 들었다. “어떻게 그런데서?”하고 나는 웃고 말았다. 미국생활 30년 동안 굿윌은 도네이션할 때나 가는 데인 줄 알았기 때문 이다.
아무튼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그 친구를 따라 가보았다. 매장 안에서 누가 볼까봐 가슴이 두근거렸고 얼굴도 붉어지는 듯 했지만 쓸만한 가방하나를 건져왔다.
가족들은 어이없어하며 “우리가 그 정도로 가난하게 사는가?” 새삼 돌아보는 눈치였다. 가족들의 결론은 그런데 다시는 가지도 말고 뭔가를 사올 필요도 없다는 거였다. 일단 알겠다고 했더니 가족들은 안심하는 얼굴빛이었다.
그후 나는 내 생각대로 했다. 굿윌에 자주 가서 좋은 브랜드 제품으로 쓸만한 걸 골라와 세탁해서 잘 걸어놓았다가 식구들이 필요하다면 샤핑몰에서 샀다고 생색을 내며 건네주었다. 덕분에 생활비를 절약해 적금을 들었다.
하지만 끝까지 가는 비밀은 없는 법. 가족들이 알게 되었지만 그땐 이미 좋은 옷에 중독이 되어 아무소리가 없었다.
사실 우리 살림에 샤핑몰에서 좋은 브랜드 제품 하나 사려면 쉽지가 않다. 그런데 이제는 잘난 엄마 덕에 온 식구가 비싼 브랜드 옷을 이것저것 골라서 입고 다닌다. 동네가 다 훤해졌다.
2년 만기 적금을 타서 요긴하게 사용했고 다시 적금을 들었다.
지금은 불경기이고 다들 힘들지만 이렇게 눈을 낮추고 절약을 하면 저금도 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내가 직장에서 돈을 벌 때 보다 지금 더 잘 먹고 잘 입고 적금 통장도 있다. 게다가 좋은 옷가지나 살림살이를 굿윌이나 그 비슷한데서 사기에 집에 있는 걸 더 많이 도네이션도 하게 되었다.
내 경험담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그레이스 송/ 시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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