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엇 월터스(52)는 속된 말로 표현해서 간이 커도 대단히 큰 여자다. 워싱턴 시 정부 세무국의 중간 간부였던 그는 1989년부터 시작해서 2007년 11월에 체포되었을 때까지 무려 4,800만달러 이상이나 되는 공금을 횡령 착복했기 때문이다.
부동산세를 초과 납부한 회사들에게 DC 정부가 환불하는 제도를 남용하여 친지들의 소규모 회사들 이름이나 아예 유령회사들 이름으로 근거 없는 환불수표를 19년 동안 남발하여 친척들이나 친지들과 나누어 먹는 엄청난 세금도둑 판의 주인공이 바로 월터스다.
월터스는 두어 주 전 유죄를 자인했기 때문에 DC 소재 연방지방법원으로부터 선고만 기다리고 있는 신세가 되었다. 유죄 자인을 받아들인 에멧 설리번 판사의 말대로 그와 같은 범죄행위가 거의 20년 동안 진행되어 왔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그러나 검사 측과 변호사 측의 유죄 자인 형량조정 합의에 나와 있는 대로 15년 내지 18년의 형기를 살게 될 월터스가 그처럼 오랫동안 DC 공금을 해먹을 수 있었던 것은 DC 세무국 자체 내의 부패 온상과 같은 분위기 및 동료들에 대한 그의 선물 공세였을 것이다.
2004년 한 해 동안에만도 무려 700만달러를 해먹은 간 큰 도둑 월터스는 그렇게 훔친 돈으로 집도 여러 채 사고 벤틀리 같은 고급 차와 소위 명품들을 수집하는 동시에 직장 동료들에게도 값진 선물들을 주어왔을 뿐 아니라 도합 120만달러나 되는 수표들을 나누어 주었다는 사실이 그의 유죄 자인과 때를 맞추어 법원에 제출된 114페이지의 검찰 제출서에 나와 있다.
월터스와 더불어 유죄를 자인한 10여 명의 다른 피고들 가운데는 한국인 아니면 중국인일 수도 있는 매릴린 윤이라는 여자도 있다. 타산지석으로 삼아보는 의미에서 윤씨 이야기를 간단히 적어본다.
윤씨는 2000년에 월터스를 만났다. 당시에는 타이슨스 코너에 있는 루이 비통 명품 가방점에 점원으로 근무하던 윤씨에게 월터스는 큰 고객이 되었다. 그가 명품 가방을 부지기수로 사들일 때마다 커미션이 짭짤하게 누적되는 것은 윤씨가 고급백화점 니만 마커스로 옮긴 다음에도 계속되었고 그에 더해 월터스는 윤씨에게 도합 25만달러 어치 선물들을 주었다는 것이다.
5~6년 동안 그처럼 엄청난 선물들을 받아온 처지라 월터스가 2007년에 27만5,000달러짜리 DC 세금 환불 수표를 그의 계좌에 넣었다가 나누어 갖자는 제의가 있었을 때 거절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 형기가 월터스보다 짧겠지만 연방 감옥에서 고생하는 신세가 될 것이니까 혹시 자식들 이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당혹스러운 상황일까.
만약 윤씨가 “공짜는 없다”(There is no free lunch)라는 속담에 좀 더 유의했더라면 피할 수 있었을 수 있는 유혹일 것이다. 사실 도가 지나친 선물 배후에는 범죄행위에의 가담 제의가 뒤따르기 쉽다는 점은 “선물을 받는 사람은 묶이게 된다”(Bound is he that takes gifts)라는 영국 속담에 함축된 의미다. “선물 받기를 더디 하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되받기 위해 선물을 준다”(Be slow to take a gift: most men give to be paid back)라는 미국 속담도 관리들의 뇌물수수와 반대급부의 부정행위를 설파하는 격언일 것이다.
개인적 차원을 떠나 DC 세무국에는 월터스 이외에 아무도 처벌 받는 사람이 없다는 기막힌 사실이 있다. 월터스가 그 직장에 취직한 1981년부터 많은 동료들이 납세자들로부터 선물을 받고 납세액을 낮추어주는 관행을 보아왔을 뿐 아니라 한 동료는 아예 정부 돈을 가짜 세금 환불 수표로 횡령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법적인 시효가 넘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세무국을 관장하는 DC의 최고 재정책임자마저 월터스 사건에 있어서 감독 부재의 자기 책임을 전혀 느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DC 행정 난맥상의 해결에 의구심이 들게 한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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