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 주 전 어느 여성 재정전문가가 CNN에서 뉴욕증시의 지수가 8,500에서 8,000까지 내려갈 것이며 1만2,000선으로 회복되기에는 몇 년 아니면 10년까지 걸릴 수 있다고 예측하는 것을 보고 “설마” 했었다. 그랬더니 족집게가 따로 없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약 1년 전에 1만4,000까지 치솟았던 그 지수가 7,900까지도 내려간 것을 보면 이제는 6,000대까지도 내려갈 수 있다는 다른 비관론자들의 전망조차도 그럴싸하게 들린다. 왜냐하면 미국 정부의 극약처방이 무수히 나왔지만 백약이 무효라고 오히려 부시가 경제관계 연설만 하면 더 상황이 나빠지는 것을 눈으로 보아왔기 때문이다.
조지 윌스는 보수적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사람이다. 레이건이 대통령에 출마했을 때 그의 후보 토론 상대역을 자청하여 연습을 시킬 정도로 친 공화당 성향인 사람이 윌스다. 그조차 이번 대선에서는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당선에 필요한 270명의 대통령 선거인단 표 정도가 아니라 350 이상 받을 것을 예견할 정도로 미국 경제의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그는 많은 미국 사람들이 각 금융기관으로부터 매달 받아보는 은퇴구좌 401(k) 스테이트먼트가 민주당에서 보내는 어떤 선전문보다도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분석한다. 대부분의 경우 은퇴기금이 월스트릿이나 은행들의 손실과 비슷하게 40% 이상의 감소를 보일 것이기 때문에 월스트릿의 문제는 메인 스트릿의 문제가 된다.
금융가의 문제가 내가 사는 이웃의 문제인 이유는 신용 대출의 경색 때문이다. 신용(credit) 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한자로도 그렇지만 서구어의 어원도 ‘믿는다’ 또는 ‘신뢰한다’ 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내가 버는 돈으로 매달 모기지를 갚아나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은행은 나에게 주택자금을 융자해 준다. 내가 무슨 연유에서든지 약속 이행을 안 한다면 나에 대한 은행의 신뢰는 붕괴되어 내가 다시 융자를 받기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신용조사가 융자 과정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던 것이 당사자들의 욕심과 주택보급의 보편화라는 정부 시책 및 규제 부재 등의 복합적인 이유로 ‘비우량 주택융자’(sub-prime mort-gage)가 등장하고 또 그 같은 모기지들이 채권화되어 금융기관들이나 공공기관들의 은퇴기금들이 매입하는 등의 요지경 속 가운데 발단된 현 위기에서 실종된 것은 ‘믿음’이다.
심지어는 은행들끼리도 서로 못 믿어 상호 대출을 꺼리는 실정이 되었다. 은행에서도 고객들을 못 믿어 자동차 같은 소비자 융자와 사업자금 융자를 꺼리게 되니까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 게 바로 신용대출의 경색인 것이다.
7,000억달러의 금융구제가 약효를 보이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관계 당국자들의 언동이 별로 신뢰감을 못 주는 이유는 그들의 과거 발언들이 제대로 맞아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미국 최대의 보험회사인 AIG를 정부에서 건져주었더니 정부 돈으로 흥청망청하는 작태를 보이는 것도 이번 위기를 초래하는 데 한몫을 한 경영자들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보여주어 사태 해결에 비관적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850억달러를 투입하여 AIG를 구출해 준지 1주일도 못 되어 그 회사는 실적(?) 좋은 매니저급들 70명을 캘리포니아주의 최고급 호텔로 휴가여행을 보내준 것이다. 로열 스윗 등은 하루 방값이 1,600달러이고 그자들이 손톱 발톱 치장하고 마사지 받는데 쓴 돈만 2만3,380달러에 달하니까 총계가 44만3,000달러나 되는 게 놀랄 일이 아니다.
더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올 정도인 것은 조셉 카사노라고 AIG의 특수 금융상품 매니저로 AIG를 거의 파산지경에 몰아넣는데 수훈갑을 한 자가 아직도 한 달에 100만달러씩 상담료를 받아간다는 사실이다. 그자가 과거 8년 동안 도합 2억8,000만달러를 보수로 받아갔다는 데는 금융위기가 더 빨리 오지 않은 게 이상스러울 따름이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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