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대학의 연구소에서 일할 때 연구조교를 채용하기 위해 이력서를 받고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느낀 것 중에 지금까지도 마음에 남는 일이 있다.
캠퍼스 밖에서의 취업이 금지되어 있는 유학생들에게는 학비를 벌 수 있는 황금같은 기회이기에 한국 유학생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의 신청이 넘쳐나곤 했다. 어느 날 조교직에 서류를 낸 한 아시안 여학생으로부터 편지가 왔다. 편지를 읽어 내려가던 나는 갑자기 당황이 되고 불쾌함에 화가 나기까지 했다. 그 여학생은 당당함을 넘어서 마치 아랫사람에게 명령하듯이 자신의 신청서를 보고 며칠까지 어떻게 답을 하라고 요구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이다.
잠시 화가 나는 것을 참고 그 여학생의 의도와 그것을 전달하고자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당연히 자신이 얼마나 조교직에 합당한 능력과 자질을 가진 사람인가를 나타내 보이고 신청한 사람으로서 취업결정의 결과를 요구할 수 있다는 권리를 강력하게 주장하고자 함이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난 그 아시안 여학생의 무례한 수준의 요구에 오히려 함께 일할 사람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결정을 했다.
일반적으로 소극적이고 겸손함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아시안 여성들이 자기 자신을 스스로 알리고 권리를 주장해야 하는 미국에서 생활하려면 좀 더 적극적이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바로 assertive와 aggressive의 차이를 모르고 그 선을 넘는다는 것이다.
한국어로 번역을 해보면 aggressive는 ‘공격적’이라고 쉽게 이해가 되지만, assertive는 ‘단정적’으로 그 뜻이 쉽게 다가오지 않지만 미국에서 인간관계의 대처법에 가장 중요한 미덕으로 여겨지는 성품이다.
이 두 가지 방법을 구별하는 큰 차이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느냐 마느냐에 있다. 공격적인 자세는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마음의 상처를 입히게 되고 신체적인 공격은 실질적으로 몸에 상처를 주게 된다. 의도적인 공격이 아니었다 해도 상대방이 불쾌감을 느낄 정도라면 자신의 전달방법이 공격적인 것이다. 그와는 반대로 단정적인 자세는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요구와 권리를 당당하게 전달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당연히 미국에 살며 우리는 당당하게 우리의 뜻을 전달하고 권리를 주장하도록 배워야 하고 또 실천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자신을 주장하고자 하는 마음자세와 내적 능력인 ‘자기 결정능력’과 의사소통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표현해 내는 ‘실천방법’의 두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바로 이때 실천방법이 공격적이거나 단정적으로 타인에게 전달되는 것이며 공격적인 방법을 취하면 남에게 상처를 냄으로써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데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두 방법 사이에 보이지 않는 선을 넘지 않는 것이 사회생활의 중요한 기술이다.
자녀들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스스로 결정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고 자신의 결정을 표현할 때 남의 감정을 상하지 않도록 하는 효과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어려서부터 가족의 모든 의사결정에 참여시켜야 한다. 또한 아동이 이 능력을 배우기 위해서는 부모의 롤 모델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부모의 생활태도나 언행은 늘 자녀에게 노출되어 있고 자녀들은 부모를 통해 인간관계를 맺는 방법과 서로 대화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이웃의 좋은 가정과 함께 자리를 해 대화하는 기회를 갖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다.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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