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Y씨가 기억하는 엄마는 한국에서 어린 시절부터 부엌에서 엄마 손에 집히는 대로 주걱, 국자 같은 것으로 맞은 기억과 미국 이민 와서는 아동보호법 덕분에 학대형의 폭행은 없었지만 그래도 소리 치고 윽박지르고 화를 내어서 매우 불안하였던 집안 분위기 정도이다.
가족이 서로를 위하는 편안한 가정은 자신이 결혼을 한 후에나 경험하게 되었는데 이제 홀로 되신 엄마가 함께 살기를 원하고 있다.
다니엘 K씨는 어린 시절 충치로 늘 고통 받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는 밖에서 막걸리, 소주를 마실 형편은 되었는지 모르나 어린 다니엘을 제 때 치과로 데려간 적이 없어 그가 군대 갈 무렵에는 충치로 썩은 어금니를 아래위로 여러 개를 뽑아내고, 그 이후 브리지로 오랜 세월 고생을 하다 다니엘이 스스로 자립한 다음 치아이식을 했지만 아무래도 자기 치아 같지 않다고 늘 부모를 원망하면서 나이 마흔이 되었다. 이런 다니엘에게 최근에 늙고 쇠약한 모습으로 아버지가 한국에서 오셨다.
제니퍼 Y씨는 25년 전에 11세이었던 자신과 오빠 그리고 엄마를 두고 집을 떠났던 아빠가 지난해에 혼자 거동이 거의 어려운 상태로 건강이 나빠져서 단칸 노인아파트와 병원을 오가면서 Supplemental Security Income에 의존해서 지내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올바른 부모 노릇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 적이 없는 부모가 이렇게 자녀의 도움 없이는 여생을 마무리할 수 없는 지병이 들고 늙어서 다시 자식 앞에 나타나면 자녀들은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자녀와 애착관계를 맺고 자녀의 성장과정에서 부모의 역할을 잘 해준 부모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 때도 이것은 어려운 문제로 등장하게 되는데 하물며 젊을 때는 자신의 삶만 살다 이제 병들고 쇠약해져서 자녀 앞에 나타나는 부모를 어떻게 맞이하여야 하는가?
내 아이들을 키우면서 걸음마를 하고 말을 배우고 시험에서 A를 받아오고 고등학교를 마치고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면서 때로는 힘들기도 하지만 함께 즐거워하는 그런 축제의 분위기와는 달리 병들고 노약해 가기만 하는 부모 돌보기는 짜증과 불만과 분노로 다가오게 된다.
이런 형태로 부모와 관계가 다시 시작되는 경우는 부모의 지병이 주원인으로 밝혀져 있으며 “갑작스럽게”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마음의 준비”나 부모에게 해 줄 수 있는 “아무런 경제적 여유”도 없는 “하필 이럴 때” 시작되는 것으로 또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 소개한 사람들은 부모와의 관계를 다시 시작하였고 병약해진 부모님들을 현재 보살피고 있다.
부모는 부모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겠으나 자녀가 필요할 때 늘 함께 해 주지 못했는데 자녀들은 지금 부모를 받아들이고 그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남겨준 부모가 이제 자녀 곁을 떠날 준비를 할 때 함께 시간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오랫동안 관계가 없었던 부모를 가까이서 보살피노라면 부모의 사고기능, 일상 행동기능, 그리고 사회 행동기능 등에서 어떤 문제나 변화가 생기지 않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행동이나 낯선 습관 같은 것이 생겨나면 기능상의 퇴화를 의심해 볼 수 있으며 의미 있는 시간을 함께 할 날이 그리 많지 않음을 알아야 하겠다.
이런 변화는 때로는 부모를 대하는 자녀의 생각과 기분에서 먼저 나타나고는 한다.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점점 더 짜증스럽고 불편해진다면 간단한 일지 같은 것이 부모의 인지기능 및 행동 변화 파악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정립 또는 재정립, 또 reminiscence 심리치료 등을 통하여 한 개인의 남은 생을 점검해 보고 삶을 되돌아보면서 정리하는 시간은 자녀가 해줄 수 있는 또 다른 배려가 아닌가 여겨진다.
리차드 손 <임상심리학박사·PsychSpecialists, Inc.>
(213)234-8268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