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있는 크고 작은 교회들이 사회변화에 따르기 위하여 기업에서 사용하는 경영이론과 정책을 교회 운영에 도입하고 있다. 최근 언론에는 이에 관한 기사들이 많이 보도되고 있다.
교회에 다니는 미국 성인들 44%가 여러 가지 이유로 교회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한다. 개인적인 문제 외에 사회의 변동과 인구 이동에 원인도 있지만 커뮤니티의 와해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가 더 크다고 한다.
새로 다른 교회로 옮긴 교인들은 어떻게든 그 교회의 잘못된 꼬투리만 잡으려고 들고 떠날 구실만 찾는다고 한다. 이렇게 변화해 가는 교인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교회는 여러 가지 구상을 한다. 그 중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 교회 컨설팅 회사를 찾는다는 것이다. 어떤 용역 회사는 15~20여 교회에 정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들은 교회 전체 운영에서부터 건물 수리상태까지 점검해 교회 측에 보고한다고 한다. 공인회계사가 일 년에 한 번씩 회계감사 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으니 그다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내가 운영하는 회계사무실에서도 10여년 이상 미국 교회 회계업무 서비스를 하고 있다. 회계연도가 끝나면 당회에 마치 주식회사 주주 총회에 보고하듯이 재무제표를 보고하고 다음해 예산 작성도 돕고 있다. 처음에는 좀 생소하더니 이제는 별 스스럼없이 일에 임하게 된다.
소매 업체에서는 ‘미스터리 샤퍼’(mystery shopper)라 하여 용역회사 직원이 고객으로 변장하고 상품을 구입한 다음 매장의 정돈상태와 고객을 대하는 종업원의 태도 등을 요약하여 보고한다. 업체들은 용역회사 보고서를 근거로 운영 개선을 시도한다.
교회에서는 용역회사 직원들을 ‘미스터리 워시퍼’(mystery worshipper)로 쓰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마찬가지다. 교회에서 보지 못하는 것을 제 삼자의 눈으로 보고자 한다. 미스터리 워시퍼는 거의가 목회자 신분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예배에 참석하여 평신도 입장에서 듣는 설교와 전체 교회 상태를 교회 측에 보고한다. 그들은 의자의 청소 상태, 비품의 정돈 상태, 주일 학교의 교과 과정과 비품관리, 그리고 화장실 청결 상태 등 자세하게 파헤친다. 다른 교인들이 보지 않는데서 기록도 하며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도 찍는다.
이들이 더 눈여겨보는 것은 안내원들이 새 교인이나 방문객을 맞는 태도다. 처음 오는 교인들을 반갑게 맞지 않고 기왕 방문했으니 그저 안내하는 정도로만 관심을 기울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란다. 기존 교인들의 오만한 태도와 무관심이 새 교인들을 쫓아내는 제일 큰 이유라고도 지적 한다.
토마스 해리슨 목사는 ‘하나님의 성회’ 교단에서 안수 받은 다음 여러 교회에서 부목사로 지내다 그만 두고 매니지먼트 컨설팅회사를 차려 주로 미스터리 워시퍼로 일을 한다. 한번 교회 탐방하는데 경비를 포함해 1,500~2,500달러를 받는다고 한다. 그가 작성하는 보고서는 60여페이지에 이르고, 까다롭기로 정평이 났다. 호텔 등급을 매기는 별표를 쓰는데 최고 등급인 별표 다섯을 받은 교회는 아직 없다고 한다.
그가 지금까지 리뷰한 교회는 교인 50명에서 5,000명이나 되는 대형 교회까지 망라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일은 아침 첫 예배 때 하는 찬송가에 대한 지적이다. 나이가 많은 교인이 오는 첫 예배시간에 사용하던 복음성가를 해리슨 목사의 권고에 따라 전통적인 찬송가로 바꾸니 교인이 350명에서 500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교회 역시 사람이 모이는 곳이어서 경영기법을 적용해야 되는가 보다. 우리가 속해 있는 한인교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백인 교회에서는 이런 서비스를 많이 받고 있는 게 별로 이상하지 않다고 월스트릿 저널은 보도하고 있다. 교인 수가 많은 교회라 하더라도 다시 한 번 주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배울 만한 점이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이종혁
칼스테이트 이스트베이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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