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가게를 운영하는 김 사장에게는 그동안 불경기가 남의 얘기였다. 20여년 동안 해마다 매상이 조금씩이나마 올랐고 설사 오르지 않더라도 항상 전년과 비슷비슷한 수준은 유지했다.
그런데 작년부터 불황이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눈에 띄게 일거리가 적게 줄더니 연말부터는 아예 매상이 20-30% 감소했다.
몇 달 동안 이리저리 소비를 최대한 줄이고 버텨왔다. 그러다 더 이상 배겨 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남은 일은 일손을 줄이는 수밖에.
그러나 많이도 아니고 고작 인부 5명을 쓰는 가게다. 오래 같이 일을 해서 그런지 주인에게 잘 보이려고 약은 수를 쓰지도, 요령을 부리지도 않고 누군가가 몸이라도 불편하여 작업이 늦어지면 그 사람을 배려하고 도와 가며 일을 한다.
일하는 동료라기보다는 동기처럼 허물없이 지내며 편하고 사이가 좋은 일꾼들이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김 사장은 자신의 복으로 생각했다.
누구를 그만 나오라고 할 것인가, 차마 입을 떼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줄어 든 일거리에 눈치가 보이기는 일꾼들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하루는 모두가 김 사장 앞에 심각한 표정으로 앉더니 어려운 시절을 어떻게 버텨갈 것인지 물어 오더란 것이다.
어물어물하는 김 사장에게 직원들은 자신들이 받는 주급을 20%씩 낮게 해달라고 제의했다. 그리고 날마다 그들에게 사주는 아침을 먹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하면 한사람의 인건비가 절약 되어 모두가 같이 일을 할 수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직원들이 이야기를 들은 김 사장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 내렸다.
윤효순/샌프란시스코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