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주인’.
‘베리 공작의 기도서’의 겉 표지.
게티 뮤지엄 ‘채색 필사본 기도서’전
극도로 정교하고 아름답게 그려진 중세시대의 채색 필사본 전시가 11월18일부터 내년 2월8일까지 게티 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베리 공작의 기도서’(Belles Heures of the Duke of Berry)란 제목의 이 전시는 14세기 프랑스 왕족이었던 베리 공작이 당대 최고의 화가들인 랭부르 3형제(Paul, Jean, Herman de Limbourg)에게 의뢰해 만든 채색 필사본 기도서의 전시회로, 총 172장 세밀화(miniature) 중 80여장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아주 드문 기회다.
프랑스 왕족 베리 공작
랭부르 3형제에 의뢰
예수의 수난 4화 등
세밀화 172장 ‘감동적’
채색 필사본(illunimated manuscripts)이란 인쇄술이 없었던 중세 유럽에서 필사본에 첫머리 글자를 아름답게 색칠하고 다양한 삽화들을 그린 세밀화 서적으로 중세시대의 중요한 예술작품으로 꼽힌다. ‘벨뢰르’(Belles Heures)는 영어로 ‘아름다운 시간’(beautiful hours)으로 번역되지만 프랑스에서는 귀족들이 매일 묵상을 위해 만든 개인의 기도서(book of hours 혹은 prayer book)를 말한다.
돌아오는 베리 공작. 흰 말을 탄 사람이 베리 공작이다.
장 드 베리 공작은 예술 애호가이며 장서 컬렉터로 희귀하고 귀중한 필사본들을 다량 수집해 당시에도 그의 서재는 흠모의 대상이었다. 이 기도서는 그가 말년에 당대 최고의 채색 세밀화 장인들이었던 폴, 장, 에르망 랭부르 3형제를 데려다 자신을 위해 직접 그리도록 한 필사본으로 172페이지의 세밀화들은 그 정교함이나 선명함, 색채와 그림에 있어서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위대한 화가들이었을 뿐 아니라 대단한 이야기꾼이었을 것으로 여겨지는 랭부르 3형제는 한 페이지가 10x6인치밖에 안 되는 작은 종이에 성경의 각 스토리들을 너무도 아름답고 드러매틱한 그림으로 묘사해 유럽 미술사에 길이 남는 작품을 창조했다.
마리아와 요셉이 아기 예수를 데리고 애굽으로 피신하는 장면으로부터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되는 예수의 수난 4화(체포, 재판, 십자가 처형, 죽음), 그리고 성인들의 행적이나 기사, 죽음들을 극적이며 감동적으로 묘사했다. 랭부르 3형제는 훌륭한 후원자였던 베리 공작의 모습을 2개 세밀화에 그려 넣음으로써 감사를 표시했다. 기도서는 1405년 그리기 시작해 1408년 혹은 1409년 완성됐다.
채색 필사본의 한 장면인‘애굽으로의 피신’.
이 필사본은 최근에야 제본을 풀고 전 페이지의 복제가 허용됐으며 980개의 복제본(Fine Art Facsimile Edition)이 만들어져 전세계로 보내졌다.
이번 전시는 이 책을 다시 원상태로 묶기 전 그중 80여장을 가져다 전시하는 것으로, 진품을 실제로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기회는 앞으로 다시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흥분하고 있다. 게티 뮤지엄 전시가 끝나면 내년 9월부터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전시가 시작된다.
게티 센터 입장료는 무료이며 예약도 할 필요가 없지만 주차료는 차 한대당 10달러이다.
개관 시간은 화·금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30분,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 일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30분, 월요일 휴관.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1월1일도 쉰다.
게티 센터 주소 1200 Getty Center Drive LA, CA 90049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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