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뜰에 서있는 나무들은 뜨거운 한여름엔 푸르름이 무르익으며 녹색병풍을 펴놓은 듯 아늑한 분위기 별장을 만들어주더니 이제 그 녹색병풍 나뭇잎들은 분첩을 꺼내 든 것처럼 붉은 기운을 진하게 덧칠하며 흩날리는 낙엽 속에 점점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멀리 LA에 사는 막내 시누이가 작은 아들을 대동하고 큰 오빠인 우리 집으로 방문 왔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남편을 여의고 혼자의 힘으로 갖은 고생 마다 않고 두 아들 뒷바라지하며 열심히 살아온 미국생활 17년만의 첫 나들이다. 재회의 기쁨 속에 강물처럼 흐르는 세월을 실감하며 서로의 지난날들을 얘기하기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마침 나이아가라와 뉴욕으로 관광 떠나는 버스에 합류해 떠나가는 버스 안에 간식 보따리를 넣어주고 미소 짓는 그들에게 손을 흔들고 돌아와 모처럼 나홀로 가을이 주는 낭만에 푹 빠져본다.
가을은 성장과 번성을 지나 거둠과 결실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퇴락하는 서글픔도 따르고 홀로 사색하며 미진했던 일들을 다시 챙겨보며 자기 성찰도 따르는 계절임을 실감하기도 한다. 또한 가을은 화려한 결실의 계절. 그러나 이 결실은 세월이 흐른다고 그냥 영그는 것이 아니다. 씨앗 하나가 열매를 맺기까지 봄, 여름, 그리고 가을에 이르는 자연의 변화도 이겨야하고 씨앗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자아변신의 아픔도 견디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도 자연의 이치와 다를 바 없다. 특히나 우리 이민의 삶을 살아가노라면 어려운 고개가 높고 낮음이 험하고 힘들 때가 얼마나 많은가. 지금같이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좌절하지 말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기다림과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순간순간에 닥치는 어려움을 지혜롭게 대처하며 열심히 살아간다면 더 나은 내일이 반드시 올 것이며, 그 땐 어려운 지난날들을 말하면서 행복한 순간 속에 마냥 기쁨을 맛보며 느끼는 날이 꼭 올 것이라 분명 믿는다. 열매는 고통 속에서 단물이 고여 맺어진다고 한다.
근 20여 년 간의 힘든 홀로서기에서 오늘이 있기까지 갖은 어려움을 견디며 우뚝 선 나의 시누이가 정말로 자랑스럽다. 언제나 긍정적인 마음가짐 속에 게으르지 않은 신앙심이 오늘의 떳떳한 그녀의 삶의 주인이었으리라. 이제 두 아들의 배필을 맞을 준비로 마음을 쓰는 기쁨만이 그에게는 희망이고 바람일 것이며 그 꿈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
무엇이 단풍을 곱게 물들게 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단풍이 물들면 가을이고 이 가을이 오면 한 해의 끝이 간다는 자연의 순환을 생각하면서 인생의 가을을 맞아 서로서로 친절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며 우리 모두 멋진 결실의 계절 가을을 맞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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