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씨, 43쌍 담은 사진책‘부부이야기’펴내
부부는 닮는다고들 한다.
한집에서 한 솥밥 먹고 한 이불을 덮고 자기 때문일까. 수십년 함께 산 부부의 얼굴을 보면 정말 신기하게 닮아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사진작가 이은주(63)씨가 이런 부부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이은주가 만난 부부이야기’(오픈하우스)란 사진책을 펴냈다.
서로의 반쪽을 만나 하나가 된 명사 부부 43쌍의 모습을 담은 이 책에 대해 작가는 “이혼율이 높아지는 젊은 세대에게 ‘하나의 전체’를 이룬 부부의 아름다운 동행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1년여간 쑥스러워 하는 부부들을 설득, 자택을 찾아가 렌즈에 담았다”고 설명한다.
전 문화부 장관 이어령ㆍ영인문학관 관장 강인숙 부부, 소설가 조정래·시인 김초혜 부부, 영화감독 임권택·배우 채령 부부, 피아니스트 백건우·배우 윤정희 부부,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황병기·소설가 한말숙 부부, 남가주 출신인 조각가 심재현·성악가 심캐롤 부부… 문화, 교육, 정치, 방송, 기업 등 각계각층에서 많은 업적을 쌓으면서 사오십년 해로해온 남편과 아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재의 두 사람 사진과 빛바랜 옛날 사진이 함께 실려 있어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고, 부부 중 한 사람이 쓴 짧은 에세이가 감동적이다. 예를 들면 이어령 전 장관과 50년 넘게 살아온 강인숙 관장은 “한집에서 같이 살기에는 둘 다 개성이 지나치게 강하니까, 충돌도 많았지만, 마지노선은 언제나 건강이었다”며 남편이 화를 내면 자신이 위경련이 일어나고 자신이 화가 나는 때가 있으면 남편이 혈색이 나빠져 (충돌이) 끝난다고 소개했다.
이어령 전 장관과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 부부.
소설가 조정래씨는 시인 김초혜씨에 대해 “정말 단점이 없다. 내가 다 사랑해버리니까”라며 자신은 글을 쓸 때 신경이 예민해져서 사소한 일에도 소리를 치는 버릇이 있는데 아내는 소리가 커지는 순간 얼른 자리를 피해버린다고 소개했다.
이은주 작가는 사진집에 실린 부부사진을 모아 지난 달 11~17일 인사동 선화랑에서 ‘부부이야기’라는 이름의 사진전도 열었다.
<정숙희 기자>
임권택 감독과 전 배우 채령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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