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지역에서 10년을 목회했다.
그러니까 1981년 남미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선교 사역을 마치고 워싱턴에 온 나는 여호와 이레로 감사하게 개척된 교회에서 초대 담임자를 찾고 있어 부임하여 목회자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40대 10년을 목회하고 떠나 뉴욕 지역 교회와 뉴저지 지역 교회에서 시무하다 나이가 차서 은퇴를 하고 자녀들이 모두 여기에 살고 있어 첫 미주 목회지인 제2의 고향 같은 워싱턴에 정착하여 여생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요즘 즐거운 일 가운데 하나는 옛날 교인들, 26, 7년 전 함께 신앙생활 하던 교인들이 잊지 않고 초대해주는 일이다.
바로 어제도 어느 가정에 초대를 받아 가게 되었다. 이 가정이 처음 이민을 왔을 때 덜레스 공항에 나가 픽업을 하고 아파트를 함께 얻으러 다닌 인연으로 그동안도 각별하게 지내는 터였다.
이민 초기에 고생도 많이 하더니 신앙생활을 잘 하고 성실 근면하게 일하여 이제는 번듯한 집도 장만하고 든든한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여기 와 낳은 아이 둘이 모두 좋은 대학에 다니고 있다.
약속한 그날 우리 내외가 집 근처에 도착하자 기다렸는지 달려 나와 집 안으로 안내하면서 나를 보더니 “목사님, 은퇴 후에 더 멋있어 지셨습니다.” 내 대답이 “멋지다니 흘러간 세월 탓에 주름살에 백발 뿐이죠” “아니, 아니에요, 우리 목사님 정말 멋있으세요.” 아래 위를 훑어보며 넥타이를 보더니 “역시 목사님 멋지다” 얼떨결에 분에 넘치는 찬사를 들은 나는 어리둥절했고 그 이유를 바로 알게 되었다.
은퇴하여 정장을 할 기회가 별로 많지 않은 나는 사실 오늘 모처럼 간직해두었던 옷을 입고 유행하는 넥타이를 매고 갔었는데 아마 이 모습을 보고 그랬던 모양이다.
내가 이렇게 멋지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지금도 버지니아 타이슨스 코너 몰 2에 있는 선 테일러링의 사장님, 옛날 교인 때문이다. 미국에 와서 교회를 처음 다니게 된 그 분은 나에게 세례를 받은 관계로 잊지 않고 늘 감사하고 있는 분이다.
내가 은퇴하고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를 걸어서 자기 양복점에 한번 꼭 들리시라고 하기에 갔더니 “목사님, 나이가 드실수록 깨끗하게 하시고 여전히 멋도 있으셔야 합니다” 하더니 바로 내 치수를 재고 그것도 메이드 인 이태리 천으로 고급 옷 한 벌을 지어주고 넥타이를 두 개나 주어서 특별한 때마다 입고 메고 다니고 있다.
오늘도 바로 그 옷을 입고 초대에 응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것 때문에 분에 넘치는 멋쟁이 소리를 들은 것 같다.
푸짐하게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아름다운 신앙 이야기로 은혜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차 안에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목사의 내면적 멋은 목사 자신이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겠지만 목사의 외형적인 멋은 교인들이 만들어주는 것인가 보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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