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 감각으로 살아난 전통춤
UCLA 대학의 한국음악과 기금모금 공연에 초청되어 지난 6일 UCLA 쉔버그 대학 극장에서 공연을 가진 김묘선은 이미 본국에서 주목받는 중견무용가 대열에 올라선 지 오래된 국제무대 무용가이다.
그는 스승 이매방의 ‘승무’와 ‘살풀이 춤’을 이수하여 지금은 전수교육 조교 자격으로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한국 무용계에서 그 누구보다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묘선은 ‘승무’의 예술성과 격조를 무대무용으로 정형화시켜 나가고 있는 무용가이다. 호남의 토속적 정취가 강한 스승의 춤에 비해, 한국 여성의 멋과 자태를 춤사위 속에 잘 녹여내는 표현기법으로 이 춤을 한층 더 가다듬어 나가고 있다. 그는 또한 최근 그의 활동무대인 일본 열도에 한국 전통춤에 대한 관심 고조와 연구의 뿌리를 내리는 주체 역할을 하고 있다. 스승 이매방이 강조하는 맺고 풀고, 높고 낮은 정중동과 음양의 조화를 지켜 나가면서, 자신만의 요염하고도 매혹적인 춤사위를 가미, 점차 자신의 춤으로 승화시켜나가고 있는 대표적 2세대 무용가이다.
중요무형문화재 97호‘살풀이춤’(예능 보유자 이매방)은 정적인 움직임이 특징인 춤이다. 그러나 이 춤에서 우리는 김묘선의 다이내믹하고 역동적인 춤사위들과 접할 수 있다. 세월과 함께 연륜까지 더해져 한국 여인의 심성이 한껏 느껴지는 정감어린 춤으로 표현해 내고 있다.
‘소고춤’은 ‘김묘선의 춤’이라 해도 좋을 만큼, 김묘선은 이 춤에서 다양한 테크닉과 매혹적 자태를 유감없이 발휘, 이날 공연의 백미를 장식했다.
‘승천무’는 세상을 떠난 지아비의 죽음을 애도하는 아낙의 애타는 마음을 표현한 춤으로 여인의 비애를 흠뻑 담아내어 표현한 작품이다. 이문이, 김명주, 이지선, 장옥주, 이승아, 김재숙, 장현지 등 김묘선의 문하생들로 구성된 군무진의 호흡이 돋보였고 강도 높은 훈련으로 다져진 난해도의 테크닉들이 한층 세련된 안무와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역시 군무로 추어진 작품이었던 ‘대감놀이’ ‘바람의 유희’는 우리 전통춤이 지닌 깊은 예술성을 과시하는 해외무대 작품으로서 손색없는 작품들이었다. 이매방의 50년대 창작춤으로 여자 무당 5명이 부채와 방울 등의 소품들을 양손에 들고, 함께 어우러져 연출하는 흥겨움 또한 김묘선 춤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이번 무대는 김묘선과 같은 2세대 무용가들의 현대적 무대감각과 우리 전통춤이 잘 조화를 이룬 무대였다는 점에서 특별히 의미있는 공연으로 평가하고 싶다.
이병임 <무용평론가>
살풀이춤을 추는 김묘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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