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LA 한인사회의 한인업소들이 많이 들어선 곳은 지금의 코리아타운보다 남쪽인 제퍼슨 블러버드였다. 한인사회의 가장 오래 된 식당인 고려정과 한인회장을 지냈던 김기성씨가 운영하던 동양식품점 등이 이 길에 자리 잡은 업소들이었다.
1968년 발효된 케네디 이민법과 1969년 대한항공 LA 취항으로 한국에서 이민 오는 한인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코리아타운은 올림픽가를 중심으로 조금씩 북상하기 시작했다. 1970년 통상 1만명으로 추산되던 한인인구가 1979년에는 12만 이상으로 늘어났으며 이와 비례해 한인업소도 급증했다. 당시 업소록을 살펴보면 코리아타운의 비약적인 성장이 확인된다.
1970년 수십 개에 불과하던 한인업소가 몇 년 후에는 올림픽과 8가에만 300개에 달할 정도로 급속히 늘어났다. 한인들이 몰리면서 올림픽가의 부동산 가격 또한 치솟아 주류언론들이 이를 특집으로 보도할 정도였다.
‘코리아타운’이라는 표지판이 처음으로 세워진 것은 한미 수교 100주년이 되던 지난 1982년 1월이었다. LA시는 1982년을 ‘한미 우호의 해’로 선포하면서 1월12일 10번 샌타모니카 프리웨이 놀만디 애비뉴 출구 양쪽 지점에 2개씩 모두 4개의 ‘코리아타운’ 표시판을 세웠다. 탐 브래들리 당시 LA시장과 박민수 총영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세워진 타운 표시판은 한인사회 성장의 상징물로 한인들에게 뿌듯함을 안겨 주었다.
표지판이 세워진 후 한인들은 당연히 코리아타운을 LA시가 인정하는 공식 구역인 양 여겨왔는데 최근 방글라데시 커뮤니티가 코리아타운 일부지역을 ‘리틀 방글라데시’로 지정해 달라고 시에 청원하면서 공식지역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따라 한인단체들은 ‘코리아타운’의 정확한 구역을 공식적으로 명문화하기 위한 청원 캠페인에 들어갔다.
그동안 ‘코리아타운’이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정확한 범위를 놓고 많은 혼란이 있어 온 것이 사실이다. 통상적으로 남북으로는 피코에서 베벌리까지, 동서로는 후버에서 크렌셔까지를 코리아타운으로 일컬어 왔지만 공식적으로 구역이 지정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일부 인사들은 공식지정을 추진하는 김에 북쪽으로 멜로즈 거리까지 코리아타운을 넓히자는 의견을 내 놓고 있지만 넓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니다.
LA 차이나타운과 리틀 토쿄의 경우에도 구획 상으로는 몇 블럭 되지 않는다. 넓게 퍼진 코리아타운보다는 한국의 이미지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공간을 코리아타운으로 지정받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세계 대도시들의 차이나타운을 보면 넓지는 않지만 중국 커뮤니티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조형물이 빠지지 않고 들어서 있다. 이와 관련해 얼마 전 LA 총영사관이 중심이 돼 추진하던 ‘수퍼블럭’ 사업이 흐지부지된 것은 아쉬운 일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코리아타운을 상징할 수 있는 조형물 설립 계획도 들어 있었다. 한인사회에서 십시일반으로 모은 귀한 돈 수십만 달러가 들어갔지만 건립 후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는 올림픽과 놀만디 코너의 다울정 또한 아쉬움을 더해 준다.
코리아타운 구역을 공식적으로 확정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 지역을 주류사회에 코리아타운으로서 확실히 각인시키는 일이다. 길은 길이라고 불러서 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다니기 시작하면 저절로 생기는 것이다. 코리아타운이 진정한 코리아타운이 되는 일 또한 마찬가지다. 캠페인을 벌이는 한인단체들은 구역 명문화에만 신경을 쏟을 것이 아니라 차제에 보다 근본적으로 코리아타운의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는 일도 함께 고민했으면 싶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