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날을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예외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 중 하나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다. 경기가 좋으면 집권당 후보가, 경기가 나쁘면 야당 후보가 당선된다. 지난 100년간 선거 결과를 두고 볼 때 이 룰에서 벗어난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 점에서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고 외쳤던 빌 클린턴의 주장은 옳다.
올 대선 결과도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사실은 일찌감치 정해졌다. 거기다 지지부진 한없이 계속되는 인기 없는 전쟁에 9월의 세계 금융 위기까지 겹치면서 공화당의 패배는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버락 오바마 승리의 폭은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플로리다, 펜실베니아, 오하이오, 미시건 등 소위 ‘경합지역’에서 전승을 거둔 것은 물론이고 과거 공화당 우세 지역이던 네바다, 콜로라도, 뉴멕시코에서도 완승을 기록했다. 심지어는 존 매케인의 지역구인 애리조나에서도 대등한 경기를 벌였다.
그렇게 된 데는 라티노를 비롯한 소수계의 힘이 컸다. 2004년 대선에서 라티노의 공화 민주 지지율은40%대 60%였지만 이번에는 32%대 66%로 민주당에 표를 몰아줬다. 2004년 56%가 부시를 지지했던 플로리다 라티노는 이번에 57%가 오바마에게 표를 던졌다. 뉴저지 라티노의 78%, 네바다 라티노의 76%, 가주 라티노의 74%, 콜로라도 라티노의 73%가 그를 찍었다.
라티노의 민주당 지지는 불법 체류자 단속을 주요 공약으로 내건 공화당의 입장과 무관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한 때 이민자를 감쌌던 레이건 공화당원들은 어디 가고 지금 공화당은 반이민 국수주의자들에 의해 장악된 상태다. 이런 공화당의 어리석은 정책이 계속되는 한 미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라티노의 마음잡기는 어려워지고 그와 함께 대선 승리도 기약하기 힘들게 됐다.
딱한 것은 불법 체류자 문제는 사실 별 이슈가 아니라는 점이다. 불법 체류자들이 하는 일은 주로 보통 미국 사람은 돈 주고 하라고 해도 하지 않으려는 허드렛일이다. 이들이 국경을 넘어 몰려드는 까닭은 그런 일자리는 있는데 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경기가 나빠져 그런 일자리가 사라지면 아예 국경을 넘지 않거나 이미 온 사람도 돌아간다.
최근 USA 투데이에 따르면 멕시코를 통해 밀입국하려다 잡힌 이민자수가 32년래 최저로 떨어졌다고 한다. 또 폭스 뉴스는 댈러스의 멕시코 영사관이 귀국 서류를 준비하려는 멕시코 인들로 북적대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 침체로 귀국하는 멕시코 인수가 작년에 비해 100%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내 불법체류 멕시코인 수는 1년 사이 11%나 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불법 체류자들은 미국내 일자리가 있으면 오고 없으면 돌아간다. 미국인들이 하지 않으려 하지만 경제적으로 필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필요한 존재들이다. 이들을 단속하겠다고 아우성치다 라티노를 적으로 돌리고 스스로 집권을 포기하는 공화당의 속내를 알다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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