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에 있어서, 특히 정치 및 군사전략에 있어서 “시기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Timing is everything)는 것은 고금의 역사가 잘 보여준다.
취임을 앞둔 버락 오바마의 대선 승리만 해도 그렇다. 그의 정치 경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를 대통령 재목으로 보면서도 그가 2012년 아니면 2016년에 가서야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치인들과 정치 논객들이 많았었다. 만약 오바마가 그들의 말을 따랐다면 상원의원으로서 유명해졌을지는 몰라도 백악관 입성은 못했을지도 모른다. 부시의 이라크 전쟁에 대한 염증을 잘 활용한 선거 전략에다가 2008년 후반의 경제 파탄 때문에 그의 출마 시기선택은 100% 주효한 셈이다.
이스라엘의 가자 팔레스타인 지구에 대한 폭격 공세도 절묘한 시기 선택이었을 것이다. 미국 등에 의해 테러 집단으로 간주되는 가자 지구의 지배세력인 하마스 구성원들이 이스라엘 민간 지역에 퍼부어대는 로켓 공격을 근절시키겠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것이 이번 위기다.
그동안 수백명 팔레스타인인들 희생자들 가운데는 하마스 무장세력 만이 아니라 상당수의 여자들과 아이들도 포함되어 있기에 유엔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반응은 폭격이 중단되어야 한다는 것이지만 퇴임을 앞둔 뇌사상태의 부시 정부야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래의 시종일관했던 친 이스라엘 정책만을 되뇔 수밖에 없는 시기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혹시 오바마 정부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좀 더 균형 잡힌 정책을 채택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총선을 앞 둔 상황에서 가장 유력한 시기 선택이었을 것이다.
오바마의 상원의원 자리를 최고 ‘입찰자’에게 팔아먹기로 했다는 혐의로 체포되었던 로드 블라고예비치 일리노이 주지사의 행보도 그로서는 절묘한 시기 선택이었을 수 있다. 그는 전 일리노이 검찰총장이었던 로랜드 버리스를 상원의원으로 임명해서 일리노이 주 의회는 물론 연방 상원의 민주당 의원들 및 오바마의 비난을 받았다. 흑인인 버리스는 주 검찰총장으로 선출되기 전에는 주 재무장관으로 흑인으로서는 최초로 주 전체의 공직에 당선된 사람일 뿐 아니라 부패하기로 유명한 일리노이와 시카고 정치판에서도 청렴결백하다는 평을 받고 있기 때문에 오바마 진영의 수심거리를 제공해주었다.
앞서 블라고예비치가 버리스의 임명을 발표했던 기자회견 자리에는 시카고 출신 보비 러시 연방 하원의원이 참석, 오바마 후임으로 버리스가 꼭 적격자라고 역설하면서 그를 배척하는 사람들은 상원의원 100석에서 흑인을 하나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인종편견주의자들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하였었다.
사태를 이렇게 꼬이게 한 것은 일리노이 주 민주당이다. 블라고예비치 사건이 연방 검사에 의해 발표되었을 때는 주지사가 상원의원 후임을 임명하지 못하도록 특별선거를 할 수 있는 법 제정을 한다고 발표했다가 선거결과 혹시 공화당이 오바마 상원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두려워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지사는 합법적으로 오바마의 후임을 임명할 권리를 계속 보유했던 것이다.
버리스는 범죄 혐의 아래 있는 주지사의 임명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다른 결격사유가 없으면 상원 민주당 코커스가 그를 거부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1967년 한 판례 가운데 들어있다. 어찌되었건 간에 블라고예비치로서는 자기를 골탕 먹인 자들에게 분풀이를 실컷 하는 절묘한 묘수였을 것이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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