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6.25의 잿더미 속에서 일어나 기적 같은 경제 성장을 한 데는 여러 원인이 있다. 하나는 한국인들의 교육열이다. 밥은 굶어도 자식은 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무서운 집념이 결국 양질의 노동력을 생산해 냈다. 또 하나는 수출 주도형 정책이다. 정부가 수출하는 기업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해줬고 그 결과 한국 상품은 어떤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원인으로 높은 저축률을 들 수 있다. 정부의 저축 장려에 힘입어 없는 소득에서도 돈을 은행에 갖다 맡기는 것이 국민적 관행이 됐으며 이 돈은 기업의 투자 자금으로 활용돼 오늘날 세계를 누비는 전자, 조선, 자동차 회사의 탄생을 가능케 했다.
세계 역사를 보면 어느 나라나 자본주의 초창기 경제가 비약적인 성장을 할 때 국민들의 저축률은 높다. 그러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소비가 늘면서 저축률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와 함께 성장률도 둔화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가난할 때는 잘 살아보기 위해 열심히 살던 사람도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되면 허리띠를 졸라매고 땀 흘리기보다는 편안히 돈을 쓰며 여유 있는 생활을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 저축이 줄어들면 기업들은 자금을 얻어 쓰는 것이 어려워지고 따라서 투자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투자가 줄어들면 기업 생산성이 떨어지고 그와 동시에 경쟁력도 약해진다. 경제 성장이 더뎌지는 것은 필연적 결과다. 90년대 말 20%를 넘어섰던 한국의 저축률은 지금 3%대로 추락했다.
이보다 문제가 심각한 나라는 미국이다. 6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 10%를 오르내리던 미국인들의 저축률은 2005년과 2006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2년과 1933년 이후 처음이다. 그 때는 경제가 어려워 저축을 할 수 없는 형편이었지만 최근은 경기가 좋았는데도 그랬다. 부동산과 주식이 계속 오르자 있는 돈에다 빚까지 내 흥청망청 쓴 것이다.
미국 경제는 70%가 소비다. 국민들이 마구 돈을 쓰면 단기적으로는 경기가 좋아질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마이너스다. 미국인들의 분수를 모르는 소비 때문에 무역 수지는 마냥 적자고 재정 적자는 천문학적 수준까지 올라갔다. 다른 나라가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 살림을 할 수 없는 형편이 된 것이다. 빌린 돈은 결국 이자까지 붙여 갚아야 한다. 장기적으로 좋을 리가 없다.
장기간의 불황으로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소식이다. 노동 통계국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가처분 소득에 대한 저축률은 10월 2.4%에서 11월 2.8%로 늘어났다. 반면 11월 자동차 론과 크레딧 카드 빚 등 소비자 부채는 50년래 최대 폭으로, 11월 무역수지 적자는 5년래 최대 폭으로 줄어들었다. 미국인들이 이제야 정신을 차리기 시작하나 보다.
중국인들의 현 저축률은 30%에 이른다. 한 쪽은 번 돈을 차곡차곡 쌓아 두고 다른 한 쪽은 이를 모두 날려 버린다면 나중에 어떻게 될 지는 불문가지다. ‘개미와 배짱이’의 교훈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번 불황이 미국인들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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