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 애초에 이 어둠상자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사진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화가들이 원근감을 살리고 그림의 사실적인 묘사를 위한 보조도구로 이 기구가 쓰인 것이 사진의 출발점이었다.
하지만, 사진은 이제 기록과 표현예술에서 없어서는 안 될 분야로 자리 잡았고 그림이나 예술에 조예가 별로 없는 사람들에게도 사랑받는 생활의 도구로까지 발달과 진화의 과정을 거쳐 왔다.
주위를 둘러보면 지금은 건널목 신호등에서부터 여성의 핸드백 속에 이르기까지, 심지어 전화기에까지 내장되어 있는 카메라의 전성시대를 살고 있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이야기가 아니다.
돌이켜보면 추운 겨울, 눈밭을 구르며 촬영을 마치고 꽁꽁 언 손과 발을 녹일 새 없이 암실로 뛰어들곤 했다. 이윽고 하얀 인화지 위에 안개가 걷히면서 나타나는 신부의 모습으로 나만의 이미지가 서서히 눈에 들어올 때의 가슴 설렘은 이제 옛이야기가 돼버렸다. 대신 그 자리에는 컴퓨터의 모니터가 자리하고 있고.
필름 가격이 비쌀 때는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마음에 큰 포장단위의 필름을 구입하여 냉장고 한쪽에 소중히 넣어두었다. 그러다 촬영이 있는 날이면 혹시 하는 마음으로 유효기간을 확인하며, 냉장고에서 갓 꺼낸 탓에 혹시 물방울이라도 맺힐세라 바지 주머니에 넣어 따뜻이 덥혀주던 수고는 사각의 표정 없는 메모리 카드가 이를 대신해 주는 참으로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조금이라도 이름 있는 관광지를 가면 어김없이 카메라를 메고 기념사진을 찍어주던 사진사들이 사라진 것도 이미 오래 전의 추억이 됐다.
가라오케 기계가 보급되면서 전 국민의 가수화 시대가 되었듯이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바야흐로 전 국민의 사진작가 시대가 열린 게 아닌가 싶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카메라 앞의 피사체가 아니라 이미지의 생산자의 입장에 서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나도 사진작가” 시대가 온 것이다.
결과가 조금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어떤 이미지이던 전화기를 꺼내 들거나 핸드백 속에 명함만한 빨간 카메라로 상대방의 프라이버시나 주변 분위기는 아랑곳 하지 않고 셔터를 눌러 이미지의 생산이 가능한 세상이다.
그렇다면 기왕 생산해 내는 이미지를 조금 더 나은 사진으로 만들었으면 좋겠고, 사진을 통해서 보는 또 다른 세상의 모습을 발견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조그만 사각의 뷰파인더를 통해 들어오는 세상은 전적으로 내가 레이아웃 한 나만의 세계다. 거기에는 평소에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자연의 아름다움이 있고,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환이 있다. 이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차곡차곡 쌓이면 작품이 되고 예술로 승화되리라 믿는다.
이 귀한 지면을 통해서 사진과 조금 먼저 인연을 맺고 사는 사람으로서 미진하지만 사진에 대한 길라잡이 역할을 하게 된다면 너무도 다행하고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사진에 관한 정보와 이야기를 공유하는 귀한 공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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