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한인이 관련된 두건의 음주운전 대형 사고를 취재했다. 한 케이스는 한인남성이 가해자, 다른 케이스는 한인여성이 피해자였다. 두 사고 모두 전도유망한 20대 젊은이들이 운전자의 과실로 소중한 생명을 잃어 가족, 친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현대자동차 미주법인 직원으로 근무할 당시인 지난 2005년 10월 직장동료들과 회식에서 술을 마신 뒤 프리웨이를 운전하던 중 모터사이클과 충돌하는 사고를 일으켜 상대방 운전자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이윤범(43)씨. 이씨는 사고 직후 한국으로 도주했다가 체포돼 LA로 압송돼 현재 형사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미국인 청년 라이언 달라스 쿡(23)은 음악가 출신으로 몸담고 있던 밴드와 음반을 제작할 정도로 자신의 분야에선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이씨가 LA로 송환된 후 처음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지난 2일 오전 9시께. 법정에 들어서자마자 방청석에 앉아서 재판 시작을 기다리는 쿡의 가족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랑하는 아들, 손자, 동생을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가족들의 얼굴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이 배어 있었다. 쿡의 할머니 도나 사이크스는 기자들에게 “용의자는 법의 심판을 받으면 그만이지만 갈기갈기 찢어진 가족들의 마음은 누가 치유할 수 있느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씨 사건 취재를 마친 뒤 지난 1일 교차로에서 과속 음주운전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로 목숨을 잃은 한인여성 에이프릴 황(27)씨의 스토리를 취재하기 위해 사고현장인 라하브라로 향했다. 처참했던 당시 상황을 말해주듯 현장 곳곳에는 사고차량 파편과 유리조각 등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사망 직전까지 아름다운 삶을 살았던 황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메시지를 담은 꽃다발과 카드가 바닥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황씨의 백인친구 브리 쉴즈는 “기분이 울적하다가도 ‘토푸’(두부의 미국식 발음이자 황씨의 별명)를 보면 힘이 나곤 했다”며 “천사같은 소중한 친구를 잃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어머니 황경자씨는 “나중에 생각이 바뀔지 모르지만 지금 당장은 딸의 생명을 앗아간 그 운전자를 용서할 수 없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음주운전 방지를 위한 전국 어머니 협회’(MADD)가 최근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7년 한해동안 미국내에서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모두 1만2,99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31.7%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이다. 가주 법무부가 매년 발표하는 주내 인종별 범죄자 체포통계에 따르면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된 한인이 매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음주운전은 한인 커뮤니티의 고질적 병폐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음주운전의 심각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시기를 막론하고 예방을 위해 모든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노력해야 한다. 기축년 새해도 벌써 한 달이 지나갔다. 더 이상 음주운전으로 인해 무고한 시민이 희생되는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종휘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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