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일 언론에 보도된 강호순의 연쇄살인행각을 접하며 치를 떨었는데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의 팬 카페(Ilovehosun)가 개설됐다는 어처구니 없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게다가 그 회원이 5일 현재 1만7천여명에 이른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중에는 반대논리를 펼치기 위해 회원으로 가입한 ‘안티’들도 상당수 섞여 있다고 한다. 하지만 최소한 7명의 ‘인명’을 앗아간 연쇄살인자의 ‘인권’을 위한 팬 카페라니...
카페를 개설한 이의 GreatKiller, 즉 위대한 살인자라는 뜻의 닉네임만 보더라도 과연 진정한 인권 문제를 논하기 위해 이 카페를 개설했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이는 전국을 뒤흔드는 범죄자가 등장할 때마다 범죄자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이 모여 그를 스타처럼 거듭나게 한다는 블래임 룩(Blame Look)현상으로 볼 수 있으나 이처럼 굴절된 동경심리는 극악무도한 범죄를 부추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많은 네티즌들은 어이없는 반응을 보이며 “강간에 살인에, 짐승보다 못한 놈이 무슨 인권이냐”, “완전 정신 나간 짓”이라고 비난의 소리를 높였다. 이런 비난 여론에 대해 강호순 팬카페 개설자는 “책임을 통감한다. 카페를 후임에게 이양하겠다”고 밝혔지만 카페를 폐쇄할 뜻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런 와중에서 ‘Ilovehosun’를 모방한 강호순 옹호 카페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같은 카페들이 억울하게 희생된 피해자의 유가족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준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될 일이다.
죄악이 밥먹듯 자행되고 있는 사회에서 네티즌의 주축인 젊은 이들은 이제 죄의식 조차 마비상태에 빠져 있는 듯하다. 요즘 아이들은 점점 옳고 그름을 인식하지 못하는 냉혈족이 되어 가고, 우리 한국사회는 사고 방식도, 행동 양태도 윤리의식을 상실한 채 병들어 가고 있는건 아닌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 상식이 되어가는 요즘 세상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선과 악은 뒷전인 채 비뚤어진 영웅심리가 낳은 사회 풍조, 크게 경계할 일이다.
<권선주 기자> sjkwon@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