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의 침략에 시달리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사사 사무엘에게 군대를 이끌고 싸워줄 왕을 간청한다. 그리하여 준수한 사울이 왕으로 세워진다. 그러나 사울은 겸손의 초심을 잃고 하나님의 버림을 받지만 왕권만은 자손에게 물려주려고 몸부림한다. 사울에게 실망하신 하나님은 양치기 소년 다윗을 새 왕으로 택하신다. 마침내, 평생 신정정치를 하였던 다윗은 지금까지 ‘하나님의 마음에 든 성군’으로 기억되고 있다.
역사에 흥미가 많았던 베르디는 ‘왕권’에 얽힌 오페라 두 편을 작곡하였다. 오페라 ‘나부꼬’는 예루살렘을 정복한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의 교만과 회심에 관한 것이다. ‘온 세상의 왕’을 자칭하던 나부꼬(느부갓네살)는 성전을 무너뜨리고 왕족과 귀인들을 바벨론으로 끌고 가면서, 이제는 자신을 ‘온 세상의 신!’이라 추켜올린다.
교만이 하늘을 찌르던 어느 날, 나부꼬는 벼락을 맞아 쓰러지면서 왕관을 떨어뜨린다. 평소 왕좌를 노리다 왕관을 낚아챈 큰딸은, 정신이 이상해진 아버지를 감금한 후 왕 노릇을 하며, 동생마저 히브리 노예들과 함께 죽이기로 결정한다. 그런 와중에 제 정신이 돌아온 나부꼬는 ‘스스로를 신’이라고 한 잘못을 ‘히브리인의 하나님께’ 뉘우치고 왕권을 회복하지만, 큰딸은 자살하면서 용서를 빈다.
또 다른 베르디의 ‘왕’ 오페라의 주인공은 명예욕에 사로잡힌 부인에게 떠밀려 섬기던 왕을 암살하고 왕의 자리를 훔친 영주이다. 비밀리에 선왕을 암살한 왕 부부는 꿈조차 편안하지 못하다. 그러다 왕비가 시름시름 앓다 죽고, 왕 또한 선왕의 신복이 내린 칼에 맞아 죽는다. 욕심 많고 어리석은 부부가 반역 살인으로 왕이 된 후 한시도 마음 편히 그 자리를 누려 보지 못하고 망한다는 것이 오페라 ‘맥베스’의 스토리이다.
반면에 모차르트의 오페라 ‘티토의 자비’(La Clemenza di Tito)는 ‘자비로운 티투스’라 불린 로마 황제의 삶을 그리고 있다. 로마 시민들이 유대왕 헤롯의 딸인 약혼녀와의 결혼을 반대하자, 통치자로서의 의무감을 느낀 티투스 황제는 사랑도 포기하고 독신으로 지낸다. 또한 자신을 암살하려고 황궁에 불을 지른 친구와 이를 사주한 여인에게 티투스는 형벌 대신 용서로 자비를 베푼다. 지진과 전염병으로 고통당하던 백성들을 구제하고 직접 수습하다 과로로 쓰러진 황제는 41세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이렇게 백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준 왕이 있었는가 하면, 교만과 욕심으로 스스로를 망친 사람들도 있을 만큼 ‘왕’의 자리가 가진 매력은 무섭다. 내가 비록 한 나라의 왕은 아니라 해도, 내 마음속 나라의 하루 일과를 어느 쪽으로 선택할 것인가? 매사가 마음먹기에 달렸듯이, 다윗 왕이나 티토 황제의 겸손과 자비인가, 아니면 교만 때문에 고통당한 나부꼬나 맥베스의 욕심일까? 사람의 마음이 선택하는 결과는 참 엄청난 것인데…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미국 대통령은 실로 ‘온 세상의 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어려운 시대에 이 자리를 맡아 애쓰는 오바마 대통령이 백성을 사랑한 현군으로서 결실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라디오서울 ‘김양희의 이브닝 클래식’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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