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주최 문양숙 리사이틀… 27일 지퍼홀
재일동포 3세, 남북 음악 맥 잇는 연주자
한국 최고의 개량 가야금 연주자 문양숙씨의 리사이틀이 27일 오후 8시 지퍼홀에서 본보 주최로 열린다.
북미주 첫 공연인 이번 연주회에서 문씨는 25현 개량 가야금으로 ‘새타령’ ‘도라지’ ‘옹헤야’ 등 북한음악과 크로스오버 국악인 ‘가야금과 첼로를 위한 반서름’(첼리스트 디에고 미랄레스와 합주) 등을 연주한다. 또한 문씨의 수제자인 3명의 연주자들과 함께 가야금 4중주를 들려주며, 스페셜 게스트인 김동석 UCLA 한국음악과 교수가 미주한인들에게 생소한 25현 개량 가야금과 국악음악에 대해 해설도 하고 연주도 들려준다.
재일동포 3세인 문양숙씨는 일본과 북한과 한국의 가야금 소리를 모두 가진 아주 특이한 음악인이다. 일본에서 가야금을 시작했고, 북한에서 개량 가야금을 공부했으며, 한국에서 전통 가야금을 다시 익힌 특별한 이력 탓에 그의 연주는 어떤 국악인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는 깊이와 넓이를 가졌다. 35년이란 길지 않은 인생동안 그녀의 지나온 삶 자체가 한반도의 아픈 역사를 배경으로 기구하고 파란만장한 스토리를 안고 있어 그 삶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가야금 소리는 듣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특별한 매력을 안고 있다.
문양숙은 1974년 일본 나라현에서 부유한 조총련 간부의 딸로 태어났다. 그러나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가세가 기울었고, 그 때부터 그녀는 가야금을 붙들고 매일 새벽부터 밤까지 연습했다. 조총련 산하 ‘금강산 가극단’에 입단하는 것만이 그녀의 꿈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조총련 영재 유학 프로그램에 발탁돼 북한으로 유학, 평양 음악무용대학에 입학했고 개량 가야금의 대가인 김영실 선생에게 배우며 3년 동안 맹렬하게 공부했다. 북한은 17현, 19현, 21현 개량 가야금만 쓰고 있어 다양한 주법을 배울 수 있었다.
92년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그녀는 가야금이라면 따라올 연주자가 없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탁월한 실력을 보였고, 마침내 금강산 가극단으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 그러나 형식상으로 쳤던 오디션에서 불합격하고 다른 조총련 고위간부의 딸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지켜본 그녀는 엄청난 충격과 배신감을 안고 일본과 조총련을 떠났다.
그녀 나이 19세이던 1993년, 이제는 한국의 열두줄 전통 가야금과 정악을 배워 보란 듯이 1인자가 되겠다는 집념 하나만을 안고 한국으로 건너왔다. 조센징이라는 이유로, 조총련이라는 이유로 숱한 차별을 겪었던 문양숙은 한국 땅을 밟는 순간 송두리째 한국음악을 흡수해 버린다. 특히나 아버지가 항상 “너는 일본 이름이 없다. 한국인 문양숙이다”라고 말하며 한국인의 정체성을 심어주었던 탓에 한국 밥을 먹고, 한국 공기를 마시고, 한국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것은 그녀에게 너무나 자연스런 음악의 토양과 자양분을 공급해주었다.
98년 중앙대 한국음악과 졸업, 2003년 중앙대 대학원을 졸업한 그녀는 국악과 교수였던 박범훈 총장의 적극적인 지원을 힘입어 한국 국악계에 개량 가야금을 보급하고 가르치는 일에 독보적이며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처음에는 전통 12현 가야금만을 연주해 온 국악계의 반발도 있었고, 지역이 중시되는 국악계에서 이방인 취급도 당했지만 지금 문양숙은 개량 가야금의 일인자로 손꼽히며 수많은 국내외 연주 스케줄로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현재 문양숙은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단원이며 숙명여대 글로리아 가야금합주단의 음악감독이고, 중앙대, 목원대, 서울대의 강사로 출강하고 있다.
티켓은 20달러, 30달러. 문의 (323)692-2068
Zipper Hall 주소 200 S. Grand Ave. LA, CA 90012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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