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눈비를 날리며 봄 문턱을 넘어온다. 그래도 나는 어지간히 이 겨울에 마냥 마음이 아프다. 활짝 열리어 가고 있는 푸른 하늘이 있고, 그곳에 솟아오르는 해가 나의 두터운 코트를 벗긴다 해도 나의 시러움이 사라지지 않는 까닭은 R군이 떠나간다는 이유 때문이겠다. 보이는 곳마다 나무에 꽃망울이 지고, 정겨운 새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지난 일 년 동안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객지에서 자기 몸을 돌볼 새 없이 분노의 눈물과 배고픔을 견디며, 위험한 고비를 불행한 사람들과 함께 고락을 나누며 수고를 했으면 됐을 법도 한데, 돌보던 아이가 창가에서 놀다 떨어져 죽은 영혼을 못 잊어 눈물을 흘리는 R군을 생각하면 당연히 돌보던 불쌍한 사람들 곁으로 가야겠지만, 이렇게 다시 떠나가야 한다니.
처음 써보는 영문의 시를 적었다네. 자동차로 가는 긴 여로에 읽어 보게나.
Beginning to drive a long distance/ you might find yourself in a quiet world/ with estranged nature and remnants of/ human existence// Looking up the sky which is blue and blue/ the sun is directing and pointing on you/ implying why and where// Night comes with a shallow moon/ and keeps you sleeping soundly/ for tomorrow is waiting.// God is busily chasing behind// Sun will go ahead way before you/ and get up quick
“바보 나”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을 숙고하면서, 3.1 운동의 유관순님을 기리면서, 내가 R군의 차 속에 놓인 본훼퍼의 책을 보면서, 자네를 고이 떠나보내는 것이오.
나나 자네도 바보에 속하는 사람일지 모르오. 그러나 자네는 정말 바보일거라는 생각이 든다오. 이 추운 겨울 여행에 캠프를 하면서 슬리핑백에서 잔다니 무슨 궁상이오. 할머니가 싸준 찰떡으로 끼니를 했다니 더더욱 가련하기까지 하오.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목적으로 긴 여행을 하곤 하지. 우리의 인생도 그렇다고 보아야겠지. 그러나 숭고한 목적을 향한 여로는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요. 핍박과 박해, 오해와 비판, 무시와 괄시, 빈곤과 기아 등등 상상할 수 없는 고난과 외로움이,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오. 그리고 대부분은 이런 긴 여행을 제대로 끝내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지.
R군, 나는 자네를 믿으오. 그리고 한번 해 보구려. 더더욱 바보가 되어보는 것이오.
추기경이 남기신 말씀처럼. “고맙습니다, (끝없이)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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