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주인의 양육법이 궁금하다
태생이 다른 농경과 유목의 혈통
방금 전 냉장고가 삼킨 것은
생선 몇 마리
그 중 한 마리가 고양이 입 속으로 들어간다
생선이나 육류를 좋아하는 식성이 닮았다
냉장고와 고양이는 아픈 기억 탓인지
긴 꼬리를 등 뒤에 감추고 산다
고양이는 주로 검정을 선호하고
냉장고는 주로 흰색을 선호한다
가끔은 서로 옷을 바꿔 입기도 하는 것이
그들의 습속이다
둘의 연애는 유구하다
본적과 취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주고받는 눈빛이 뜨겁고 깊은,
몸속에 환하게 불을 켜고 사는 그들은
24시간 소등하지 않고
푸른 눈빛으로 어둠 위에 군림한다
냉장고 옆에 애첩처럼 웅크리고 있는 고양이가
집 주인의 커다란 귓속을 밤새도록 들락거린다
홍일표(1958~) ‘고양이와 냉장고의 연애’ 전문
냉장고와 고양이는 생선을 먹어치운다는 의미에서 닮은꼴이다. 물론 이 가운데 진짜로 먹어치우는 것은 고양이뿐이지만, 시인이 생각하는 순간 냉장고 역시 고양이科에 속한다. 그러므로 서로 옷을 바꿔 입거나, 연애를 한다고 해도 어색할 것이 없어진다. 단순히 음식물을 보관하던 냉장고에서 24시간 환하게 제 속에다 불을 켜고 사는, 싱싱한 생명력을 가진 고양이로의 전환이 매우 즐겁게 읽히고 있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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