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 사이클’의 서곡이라고 할 수 있는 제1부 ‘라인의 황금’(Das Rheingold)을 지난 1일 일요일 오후에 관람했다.
바그너가 28년에 걸쳐 만들었다는 링 사이클은 전체 공연시간이 16시간이 넘는 엄청난 대작이라 일종의 ‘도전의식’을 갖고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언에 입장했는데 첫 작품 ‘라인의 황금’은 4부 중 가장 짧은 편(2시간25분)이어서 그런지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난쟁이와 거인, 신과 여신, 처녀와 괴물들이 등장하여 황금의 반지를 둘러싸고 뺏고, 약탈하고, 속이고, 죽이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라인의 황금’을 독일인 극장 연출가 아힘 프레이어(74)는 매우 초현실적이며 신비한 분위기로 디자인하고 연출했다. 이 시대 최고의 디어터 감독으로 손꼽히는 그는 딸과 함께 직접 의상과 조명까지 디자인하고 전체 프로덕션을 진두지휘했는데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한 바그너의 오페라의 거대한 스케일과 웅장함을 독창적이며 환상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마치 어른들을 위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프로덕션이었는데 적절한 세트와 기술효과를 사용, 무대는 거대한 라인강에서 하늘 위 신들의 나라로, 또 지하 난쟁이 세계로 유려하게 넘나들었고, 출연진의 분장과 의상 또한 매우 흥미로웠다. 유명한 아리아는 한 곡도 없는 작품이지만 가수들은 대체로 비장하고 운명적이며 아름답게 노래했다.
LA 오페라는 링 사이클을 10년에 걸쳐 준비했다고 한다. 총 예산이 무려 3,200만달러. 보통 연간 예산이 4,000만~6,000만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경비를 들였는지 알 수 있다. LA 오페라단 22년 역사상 최대 규모인 이 대작을 특별히 이 불황에 시작하게 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도 다행히 매 공연이 만석으로 차고 있는데 ‘바그네리안’(Wagnerian)으로 불리는 골수팬들이 북미 전역은 물론 아시아와 유럽에서까지 원정 관람 오기 때문이다.
오페라 팬은 아니지만 이 어려운 작품을 끝까지 보려고 한다. 내가 살고 있는 바로 이 도시 LA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링 사이클이 공연된다는데, 남들은 이 새로운 링 사이클을 관람하기 위해 비행기까지 타고 온다는데, 이 기회를 흘려보내는 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란 생각이 든다. 계속되는 불황으로 흉흉한 마음을 신화에 빠져 달래보려는 마음도 있고. 2월21일 개막된 ‘라인의 황금’은 3월11일과 15일 두 차례 공연이 더 남아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