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가. 히딩크 감독과의 인연으로 친숙해진 나라지만 풍차와 튤립, 그리고 스포츠로는 축구를 잘하는 나라라는 정도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 뿐이다. 네덜란드와 야구는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그만큼 네덜란드는 세계 야구계에서 변방으로 취급 받아왔다.
그런 네덜란드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최강 도미니카공화국을 연달아 침몰시키며 2라운드에 진출하는 ‘기적’을 만들어 냈다. 최약체로 취급받던 네덜란드가 10일 밤 연장 끝에 극적으로 도미니카공화국을 꺾고 2라운드 진출을 확정하자 ESPN 등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들은 이 소식을 탑뉴스로 보도했다. 그만큼 네덜란드의 승리는 야구계에 충격을 안겨준 일대 사건이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무수히 배출해 내고 있는 카리브 해의 야구 강국이다. 이번 대회 참가 선수 28명 가운데 메이저리그 선수가 22명이나 될 정도이다. 이번 대회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음은 물론이다. 도미니카공화국 선수들의 지난해 메이저리그 연봉 총액은 무려 8,340만달러에 달한다.
반면 네덜란드는 철저하게 무명선수들로 구성된 팀이다. 과거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카리브 해의 네덜란드령 출신 몇몇 메이저리거가 있기는 하지만 이번 대회에 불참했거나 노쇠한 상태이다. 주력은 나이 어리고 겁 없는 젊은 선수들이다. 이 젊은 선수들이 일을 낸 것이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몸담은 네덜란드 선수 연봉 총액은 불과 40만달러. 메이저리그 연봉으로 볼 때는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라는 표현조차 무색하다.
그러나 공은 둥근 법.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의 말처럼 승부가 완전히 결정되기 전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예선 1차전에서 네덜란드에 패한 후 도미니카공화국 감독은 “우리가 9대0으로 이겼어야 했을 경기”라며 거드름을 피웠다. 하지만 10일 또 다시 패배해 보따리를 싸게 되자 할 말을 잃은 표정이다. 벌써부터 도미니카공화국 선수들이 귀국 후 편히 살 수 있을까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온 나라가 충격에 휩싸여 있다.
이런 의외성이 바로 스포츠의 묘미이다. 특히 이번 WBC에서는 이변이 속출해 재미를 더해 주고 있다. 스포츠 세계에서도 영원한 강자란 없다.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끊임없이 땀 흘리는 상대를 당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연봉은 과거 성적에 대한 보상이자 시장 상황에 의한 것일 뿐 그것이 현재의 실력과 성적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네덜란드가 그것을 증명했고 한국팀도 그것을 보여줬다. 한국팀의 지난 시즌 연봉 총액은 76억원. 이에 비해 일본 선수들의 연봉 총액은 1,310억원으로 거의 20배에 달한다.
WBC같은 단기전에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팀의 분위기가 아주 중요하다. 한국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프로 시장이 커 거액의 연봉을 받는 일본 선수들이 한국에 쩔쩔매는 것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이런 요소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15일 샌디에고에서 2라운드 첫 경기를 치르는 한국팀은 지금 사기가 충천해 있다. 여기에 한인들이 힘찬 응원의 함성을 보탠다면 그들에게 날개를 달아 주는 일이 될 것이다. 한국팀이 무언가 한번 큰일을 낼 것 같은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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