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주최한 북미지역 오디션 최종 본선에서 테너 이성은씨가 수상하는 순간 객석에서는 이씨의 가족만큼이나 기뻐하는 관객이 눈에 띄었다. 메트오페라단의 유일한 한인 이사이자 ‘영 어소시에이트 그룹(YAG)’의 회장을 맡고 있는 신소정씨였다.
소프라노 캐서린 김씨와 함께 손에 땀을 쥐며 수상 결과를 기다리던 신 회장은 “한인 성악가가 수상한 것도 기쁘지만 이성은씨가 테너라는 사실도 무척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바리톤이나 베이스보다는 역시 테너가 가장 로맨틱하고 극적인 장면을 소화할 수 있죠. 유망한 한인 테너가 드문 상황에서 이성은씨는 정말 소중한 존재가 될 것입니다.”
이씨는 정말 든든한 ‘후원자’를 얻게 된 셈이다. 힘과 영향력을 가진 신 회장 같은 인물이 한인 아티스트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 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소프라노 홍혜경씨가 월간 오페라뉴스의 2007년 6월호 표지를 장식한 것이다. 인테리어 디자인 잡지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후 오페라 팬들의 필독서로 알려진 이 잡지의 매니징 디렉터로 자리를 옮긴 신 회장은 아시안 성악가가 단 한 번도 커버를 장식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몹시 분개했다. 신 회장이 과감하게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킨 후 홍혜경씨는 “전성기로 불리던 시기에도 오페라뉴스 커버로 나선 적이 없었는데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라며 감격스러워 했다고 한다.
신씨의 오페라 사랑은 소프라노였던 어머니(박정희 안동대 교수)에게서 비롯됐다. 영문학을 전공하고 잡지사에서 일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오페라에 관한 일을 했으면 좋겠다”라는 열망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오페라뉴스에서 디렉터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미련없이 에디터 직을 맡고 있던 전 직장을 나와버렸다. 3자녀를 양육하는 문제로 오페라뉴스는 그만뒀지만 메트오페라에서 매년 발행하는 시즌 프로그램 잡지를 담당하는 일은 계속하고 있다. 시즌 북 에디터, 이사, 그리고 젊은층에게 오페라를 소개하기 위해 만든 YAG의 회장이라는 3역을 즐겁게 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신 회장이 오페라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녀들의 한글 교육이다. 그 자신이 미국에서 태어난 2세지만 무리 없는 한국어 실력을 갖고 있는 그는 3명의 자녀를 매년 여름방학이면 부모가 살고 있는 대구에 보내 한국 문화를 접하게 한다. 주말에는 브로드웨이한국학교 학부모회 회장으로 봉사하는 그는 “피아노 레슨이나 발레를 시키는 것보다 한글학교가 훨씬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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