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감독이 홈런을 친 고영민에 축하를 보내고 있다. <연합>
2회 연속 WBC 한국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김인식 감독의 전술과 용병술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흔히 큰 대회일수록 부담감으로 인해 지휘관들이 어떤 고정관념에 얽매이기 쉬운데 그의 전술적인 움직임을 보면 고심한 흔적은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어떤 인위적인 틀에 갇혀 있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변화무쌍한 전술과 경기운용을 보면 마치 어떤 고정관념이라도 깨뜨릴 수 있다는 예술가의 파격적인 자세와 자유로운 세계가 느껴진다.
멕시코전에서도 김감독의 이 같은 모습은 유감없이 나타났다. 선발 류현진이 생각보다 부진하자 3회 여지없이 강판시킨 뒤 이후 흠잡을 곳 하나없는 불펜운용으로 메이저리거들이 즐비한 멕시코 타선을 완벽하게 잠재운 것은 이제 별로 놀랍지도 않다. 팔꿈치가 좋지 않아 아직 타격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유일한 메이저리거 추신수(클리블랜드)를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고 벤치에 앉혀둔 채 수비가 불안한 이대호를 지명타자로 돌리고 대신 이범호를 3루수로 기용한 것도 적중했다. 그냥 수비에서만이 아니라 이범호는 0-2로 뒤진 2회말 추격의 신호탄이 된 총알같은 솔로홈런을 쏘아올리는 등 4타수 3안타로 1타점 1득점을 올려 추신수급 몫을 해냈다.
김 감독의 ‘매직터치’는 5회에도 번뜩였다. 앞선 이닝에서 수비보강을 위해 투입한 고영민이 이날 한국의 3번째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완전히 승전분위기를 안겨준 것. 수비를 위해 투입한 선수가 홈런을 칠 것이라고 기대했을리는 없지만 최소한 그의 매직터치가 위력을 발휘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날의 백미는 2점차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6회와 7회 한국이 잇달아 선두타자가 안타를 치고 나갔을 때였다. 이때 김 감독의 작전은 한마디로 변화무쌍했다. 6회 선두 이대호가 안타를 치고나가자 대주자로 바꾼 뒤 이범호에게 ‘버스터’(번트모션으로 수비수를 끌어들인 뒤 강공)를 지시, 완벽하게 성공시킨 데 이어 다음타자 이용규에겐 정석대로 희생번트를 주문해 완벽한 득점찬스를 만들어냈다. 비록 여기서 득점에 실패했지만 다음 7회에 또 비슷한 찬스가 찾아오자 이번엔 전혀 다른 레퍼토리로 승부에 쐐기를 박는 4점을 뽑았다. 고영민의 내야안타 후 3번 김현수에게 작전을 걸지 않고 맡겨 포볼을 얻자 그를 대주자로 바꾸고 4번 김태균 타석 때 상대의 허를 찌르는 더블스틸로 주자를 옮긴 뒤 김태균의 적시타로 이들을 모두 홈에 불러들인 것. 김 감독은 경기 후 더블스틸이 주자들이 알아서 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그린라이트’를 준 것은 바로 그였다. ‘용장 밑에 약졸 없다’는 옛 말은 지금도 틀림없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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