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을·김태헌 등 남성 작가 4인 그룹전
참신한 아이디어로 ‘내면의 유아성’ 표현
다 큰 어른 남자들 속에는 어떤 동심이 숨어 있을까?
전쟁놀이? 만화? 낙서? 컴퓨터 게임?
4명의 남성 작가들이 자기 속의 아이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그룹전이 4월2일부터 5월2일까지 앤드류샤이어 갤러리(관장 메이 정)에서 열린다.
‘빅 보이즈’(Big Boys)란 제목의 이 전시회에는 한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김을과 김태헌, LA의 중견작가들인 애덤 슈와츠와 제이 스터키가 참여해 각자의 천진한 작업들을 풀어놓는다. 다이내믹 한 남성적 마인드로 주변의 일상에 대해 반응하는 유아적, 본능적, 금기적 이미지들이 그들만의 지성과 관찰과 시각으로 표현된다. 유머스럽되 냉소적이지 않고, 작가적 창조성이 돋보이지만 젊은 감각이 참신한 작품들이다.
평소 ‘그림 같지 않은 그림’을 화두로 삼고 있다고 말하는 작가 김을은 눈물방울들을 가득 채운 작품들로 관심을 끈다. 매우 사적이고 솔직하며 순수한 감정의 산물인 눈물들을 장난감처럼 한군데 모아놓거나 사방에 흩뿌려놓고 가벼운 유희를 벌이는 듯하다. 그런데 이 눈물을 정자(sperm)라고 해석하는 짓궂은 시각도 있다. 그것이 눈물이건 정자건, 인간에 내재한 기쁨과 슬픔, 사랑과 욕망, 생명과 본능의 원천적 감정을 어린아이처럼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 아닌지.
김태헌의 작품은 스케치북을 가득 채워 그린 그림일기처럼 단순하고 서술적이다.
그는 구름을 타고 여행한 세계 여러 나라의 상징들-주로 권위적이고 비인간적인 사회의 이미지들을 수많은 커리커처들로 표현하고 있는데 마치 어린 아이들이 겪는 혼돈스런 의식의 흐름을 보여주는 듯하다.
미키 시리즈에서는 예수와 부처와 체게바라, 마릴린 먼로와 모택동과 막스까지 미키마우스로 만들어 버리는 장난기를 발휘하지만 그 해학 속에는 위트와 통찰력, 진지함이 엿보인다.
김을과 김태헌은 서울에서 각각 약 10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둘이 함께 2인전이나 3인전, 그룹전에 여러 차례 동참했을 만큼 어떤 동질성을 가진 작가들이다.
애덤 슈와츠는 컴퓨터 이미지와 디지털 프린터의 작업을 의인화시키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컴퓨터가 만든 이미지와 사람 손으로 만든 이미지를 대결시키기도 하고 잉크젯 프린터에서 나온 디지털 이미지를 손으로 베껴 쓰기도 하면서 디지털 세계의 인간성 상실과 화해하려고 애쓴다.
제이 스터키의 작품은 꿈으로 쓴 일기가 소재다. 일주일 동안 자기 꿈에 등장한 몽환적이고 부조리한 세계, 잠재의식과 무의식과 자의식이 충돌하는 그 이상한 세계에서 본 이미지와 상황들이 재미있고 솔직하며 조화와 불균형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흥미로운 작업으로 재현된다.
‘빅 보이즈’의 오프닝 리셉션은 2일 오후 6~9시.
앤드류샤이어 갤러리 주소와 전화번호는 3850 Wilshire Bl. #107 LA, CA 90010 (213)389-2601
김태헌의 ‘미키 시리즈 2’
김을의 작품 ‘중국의 눈물’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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