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구독하는 독자에게 주는 무료 잡지가 있다. 여러가지 중에서 ‘파퓰러 사이언스’를 골라 오곤 한다. 신기한 걸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은 남편이 좋아하는 책이다. 나와는 담 쌓은 과학의 세계가 펼쳐진다. 특이한 발명품, 획기적인 의약품들이 소개된다. 어려워서 학문적으론 접근 못해도, 장차 실용화되어 우리 삶에 적용될 것들이므로 상식으로 알아둘만한 이야기 거리들이다. 요즘 들어 나도 열심히 읽게 되었다.
지난달엔 ‘비만’ 특집이었다. 오랫동안 내 삶의 화두이기도 하여서 진지하게 읽었다. ‘비만의 원인과 치료 집중해부’라는 큰 글씨의 토픽이 관심을 끌었다. 감기처럼 감염되는 ‘비만 바이러스’도 있다고 하고, 환경호르몬이 비만을 부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수면부족이 뱃살을 늘어나게 한다니 부지런한 이들은 생각해볼 일이다. 냉난방이나 인간관계 등 의외로 복잡한 비만의 원인들이 있었다. 마법의 비만치료제를 설명하는 부분은 더욱 차근차근하게 읽어 내려갔다.
읽다보니 깜짝 놀랄 이런 기사가 있었다. 밥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안에게 꼭 맞는 영약이 개발 되었다는 거였다. 밥을 할 때 알약을 하나 넣어 지으면, 그 알약 하나에 비만, 당뇨, 고혈압 세가지의 성인병을 컨트롤하는 효소가 들어있어서 오히려 살도 빠지고 병도 다 고쳐진다는 것이 아닌가? 그 밥과 더불어 음식을 맛있게 즐겁게만 먹으면 만수무강에 무병장수한다고 한다.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곧 FDA의 승인을 받고 시판예정이라니 오래 살고 볼일이다. 내 생애 언젠가 이런 세상이 올 줄 알았다.
한 페이지를 넘기니 마음을 진정시키는 약도 발명되었다고 한다. 영장류인 원숭이 실험도 마쳤는데 부작용이 전혀 없다나? 보통의 신경안정제는 심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데 이번에 개발된 약은 울렁거림이 없단다. 거기에다 아주 미세한 감정도 통제할 수 있다니 신기했다. 상대에 대한 분노나 미움대신 용서의 마음이 들어온단다.
대중화를 위해 임시로 붙인 약의 이름도 ‘파라다이스(Paradise)-지상낙원’이란다. 다툼이 없는, 스트레스 없는 세상이 조만간에 도래할 모양이다. 요즘 들어 사람에게 시달리던 내게 정말 필요한 약이다. 가격도 저렴하게 책정되어 쉽게 대중화 될 수 있다고 하여 정말 기대가 된다.
‘고부갈등’이니 ‘견원지간’이니 ‘앙숙’이니 ‘도저히 용서 못할 사람’이니 이런 관계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배반을 때렸느니, 뒤통수를 쳤느니, 두고두고 원수를 갚겠다느니 이런 험한 말은 고어사전에나 등록이 되게 생겼으니 아마도 살면서 천국을 체험하게 되는 약인 모양이다. 요즘 험담삼매경에 빠진 모부인에게 ‘과부의 대 돈 오 푼 빚을 내서라도’ 사주고 싶다.
마지막 장엔 이런 결론을 맺는다. 이렇게 되면 앞으론 수명이 길어져서 적어도 500년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지구의 넓이 가지고는 넘치는 인구를 수용할 수 없어서 머리 좋은 과학자들이 벌써 위성을 은밀히 연구 조사하였단다. 드디어 달에서 물이 발견되고 지구보다 쾌적한 생활환경이 조성되어 일차 이주자를 범세계적으로 모집한다고 한다. 초음속(Supersonic) 우주선을 타면 지구와 달의 여행이 엘에이와 서울만큼의 시간밖에 안 걸린다는 광고를 보았다. 추석이나 설을 쇠러 달나라로 가는 일이 머지 않았나보다.
오래 자고 볼일이다. 파퓰러 사이언스 책을 보다가 잠이 들었더니 별 꿈을 다 꾸었다. 꿈에 펼쳐진 황홀한 과학의 세계에 취하다 깨어보니 오늘은 만우절 아침이다. 정녕 일장춘몽이런가?
이정아 <재미수필문학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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