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기슭 집을 샀더니 산이 딸려 왔다
산에 오소리 발자국 나있고
쪽제비가 헤집고 다닌 흔적이 역력하다
제비꽃 붓꽃 산나리 피고
멀리 천국에 사는 아기들이 소풍 와서는 똥을 싸고 갔는지
여기 저기 애기똥풀꽃 피고
떡갈나무는 까치부부가 독채를 들었다
풀섶에선 사마귀 둘이 덜컥덜컥 턱을 부딪히며 싸우는데
허 나도 질세라
집 있는 데서 오십 보 백 보는 더 걸어나가서
오줌이라도 누고 오고 그러는 것이다
신현정 (1948~) ‘영역’ 전문
산까지 딸려 있는, 대지가 넓은 전원주택을 사서 이사를 간다. 오소리가 살고, 족제비가 살기도 하는 산자락엔 제비꽃과 붓꽃, 산나리와 애기똥풀꽃이 핀다. 풀섶에는 사마귀들이 싸움질을 하고… 자연의 풍경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까 시인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본래 자연이 주인인 곳에 침투해 들어간 인간 횡포에 대한 것이다. “집 있는 데서 오십 보 백 보는 더 걸어나가서” 오줌 누는 것으로 영역표시까지 하는, 인간욕심에 대한 고발이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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