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합창단이 공연한 헨델의 메시아는 눈부시도록 아름다웠고 흔히 실험무대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모든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메시아를 여성 3부 합창으로 지휘한 노형건 지휘자는 편곡자 최정휘씨와 함께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오라토리오를 탄생시켰다.
그것은 모험을 동반한 개척에 가까운 것이었는데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느낄 수 있었던 드라마와 음악이 합쳐진 황홀한 일치감의 축제장이었다. 간헐적으로 보여주었던 영상의 리듬을 타고 뛰어난 편곡을 바탕으로 한 균형 있는 악기 구성과 여성 특유의 목소리를 통해 놀랄 만큼 강력하고 정확한 메시지가 연주장 구석구석에 스며들었다.
‘기름부음 받은 자’의 의미를 지닌 메시아는 예수 그리스도를 소개하는 작품이다. 여성들의 목소리이기에 메시아의 모든 가사는 섬세함과 정교함으로 원곡에서의 표현과는 사뭇 다르게 전달되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몇 세기에 걸쳐 여성들의 목소리는 사회에 충분하게 반영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해석과 연출을 거친 메시아는 드라마의 아주 작은 부분까지도 표현을 가능케 하는 특이한 무대였다.
헨델의 작품이 고전주의 시대에 쓰였기에 원곡의 의도에 충실하게 연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획기적’ 그리고 ‘선시대적’이란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헨델 자신도 메시아를 수차례 지휘했는데 매 연주마다 가수와 오케스트라가 바뀌었고 그 상황에 맞추어 필요에 따라 악보를 변경시켜 연주했었다. 그 후로 그 어떤 악보도 원곡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몇 세기에 걸쳐 수정과 편곡이 이루어졌다. 그것이 어디 헨델의 작품뿐이랴. 필자가 연주했던 고전주의 벨칸토 오페라들도 가수와 지휘자 혹은 연주 장소에 따라 수많은 변경이 이루어졌었다.
세계 초연이기에 다소 미흡한 면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번 연주는 위의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였고 나아가서는 음악인들이 보다 광범한 장르의 음악을 포용하는 움직임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훌륭한 연주였다.
음악 외에도 모든 것이 어우러져 고전과 현대의 만남을 성공적으로 이루며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섰고 시청각적인 효과를 최대한으로 끌어냈다는 의미로 이런 연주를 보면 나도 모르게 “Tutti Bravi e Bravissimi!”라고 감탄사가 나온다.
전희영 (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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