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에스트로 살로넨 고별 무대… ‘계관 지휘자’로 추대
에사 페카 살로넨이 오케스트라 단원들에 둘러싸여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지난 17년 동안 LA의 클래식 음악계를 이끌어온 마에스트로 에사 페카 살로넨이 19일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에서의 연주회를 마지막으로 LA 필하모닉과 작별을 고했다. 이날 LA 필은 살로넨에게 오케스트라 90년 역사상 처음으로 ‘계관 지휘자’(Conductor Laureate)라는 칭호를 선사함으로써 그가 이곳에서 이룬 수많은 업적에 최대의 감사와 경의를 표했다.
LA 필이 떠나는 상임지휘자에게 계관 지휘자라는 칭호를 수여하기는 90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LA 필의 데이빗 보넷 이사장과 데보라 보다 회장은 “살로넨은 최장기 상임지휘자였을 뿐만 아니라 오늘의 오케스트라를 이뤄 놓은 인물”이라고 말하고 “그에 대한 감사를 단지 제스처가 아니라 우리의 모든 마음을 다해 표현함으로써 앞으로도 우리 오케스트라와의 관계를 계속 이어 나가고 싶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2010~11시즌에 ‘계관 지휘자’로서 LA 필에 돌아올 예정이다.
살로넨은 17년 동안 총 973회 연주했는데 이중 54회가 위촉 작품 연주, 120회는 세계 초연이거나 미국 초연이었을 만큼 새로운 작품 소개를 주저하지 않았고, 그 결과 다소 보수적이었던 오케스트라와 관객 모두가 새로운 음악에 대해 열린 귀와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는 마지막 콘서트의 연주곡으로 인기 있는 수많은 클래식을 제쳐두고 어렵기로 정평 나있는 스트라빈스키의 ‘외디푸스 렉스’와 ‘시편 교향곡’을 택할 만큼 끝까지 자신의 열정과 능력을 소진시키며 LA 필의 포디움을 내려갔다.
이날 완전 매진된 연주회의 청중들은 그의 마지막 지휘봉이 내려오는 순간 다 같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폭풍과도 같은 갈채를 보냈으며 박수는 무려 10분간이나 지속됐다. 살로넨은 수없이 무대로 나와 인사를 거듭했고 마지막에는 금관 팡파르가 울려 퍼지자 깜짝 놀라며 감격을 표시했다. 브래스 팡파르는 오케스트라가 한 음악인에게 표할 수 있는 최대의 경의로 연주회장에서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다.
자신을 ‘우연히 지휘자가 된 작곡가’라고 말하는 살로넨은 다음 시즌부터 런던의 필하모니아의 상임지휘자로 일하면서 작곡에 전념할 계획이다.
LA가 가졌던 최고 지휘자는 떠났다. 그러나 우리는 또 다른 최고의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을 맞는 다음 시즌을 기다린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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