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리스트 용재 오닐 섬세한 연주
최고의 실내악 앙상블 무대에 매혹
리처드 용재 오닐(Richard Yongai O’neil·사진)이라는 비올리스트의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클래식 음악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거의 스타 반열에 들만큼 인기가 높고, 팬클럽이 있으며 연주회 티켓은 늘 매진되고 음반 판매도 장난이 아니라고 한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음악인이고, UCLA 음대 교수이며, ‘카메라타 퍼시피카’(Camerata Pacifica)라는 미 서부지역 최고의 실내악 연주단의 멤버인 그가 이곳에서보다 한국에서 훨씬 더 유명하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흥미롭다.
독특한 매력을 가진 용재 오닐과 그의 음악에 대해 호기심이 있었다. 요즘 많은 한국 젊은이들이 음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비올라라는 악기로 유명해진 연주자는 처음인데다, 아픔과 감동의 울림이 있는 그의 남다른 이력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용재 오닐은 정신지체장애인 한인 입양여성에게서 태어났다. 어머니가 미혼모로 그를 낳은 탓에 불행히도 아버지가 누군지 알지 못하지만 양 조부모의 희생과 헌신 덕분에 그는 훌륭한 음악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어머니의 뿌리를 찾으러 한국에 나갔다가 KBS 인간극장에 그의 스토리가 소개되면서 유명해졌는데, 장애를 가진 어머니를 사랑하고 부끄러워하지 않는 그의 인간됨과 깊은 음악에 한국 팬들이 열광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지난 23일 지퍼홀에서 본보 후원으로 열렸던 카메라타 퍼시피카 공연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그리고 그날 함께 갔던 친구들-나 포함 4명의 아줌마 부대가 모두 그에게 “뻑 갔다”고 말하면 너무 저속한 표현이 되려나. 아무튼 그런 말이 저절로 나올 만큼 용재 오닐은 우리를 매혹시켰다.
그가 연주하는 비올라 소리는 사람의 혼을 부르는 듯한 소리를 냈다. 바이올린처럼 경쾌하지도 첼로처럼 묵직하지도 않으면서 바로 사람 마음의 가운데 있는 현의 소리를 나이 든 비올라(1699년 이태리산)의 풍부한 음색으로 부드럽고 섬세하게 이끌어내었다. 독주가 아니라 앙상블이었기 때문에 좀 감질나기는 했지만 충분히 아름답고 열정적인 연주였다.
카메라타 퍼시피카는 이날 하이든과 베토벤, 모차르트, 드링의 실내악들을 연주했는데 특히 뢰플러의 랩소디가 너무나 환상적이었다. 야성과 감성이 합일된, 약간 어두우면서도 시적인 곡이 너무 아름다운데다 피아노(케빈 핏제럴드), 오보(니콜라스 대니얼), 비올라(용재 오닐)의 완벽하게 조화된 연주는 말할 수 없이 매혹적인 선율로 공연장 전체를 휘감았다.
용재 오닐에겐 특별한 분위기가 있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무드였다. 악기와 음악과 인간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내는 독특한 매력이요, 젊고 역동적이면서도 성숙의 깊이가 느껴졌다. 30세의 젊은 나이에 그런 소리를 내는 그가 경이로웠다.
그는 가늘고 긴 몸을 가졌는데 그래서인지 그의 연주하는 포스처가 정말 멋졌다. 그는 음악이라는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같았다. 때론 조용히 서서 숨을 고르듯 연주하고, 때론 월츠를 추듯 온 몸을 우아한 스텝에 실어 연주했으며, 어느 순간엔 격정적으로 활을 그어대며 폭풍과도 연주를 보여주었다. 가늘고 긴 그의 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에 꼭 붙는 검은 수트와 셔츠 벨트 구두까지 아주 잘 피팅된 스타일로 무심한 듯, 그러나 아주 예쁘고 세련되게 관리돼있었다. 아마 이 부분에서 아줌마 부대의 열광이 극에 달했던 것 같다.
카메라타 퍼시피카는 5월14일 오후 8시에 지퍼홀에서 본보 후원으로 또 한번 콘서트를 갖는다. 이날 프로그램은 베토벤의 세레나데, 레베카 클라크의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브람스의 피아노 쿼텟으로, 용재 오닐을 보기 위해서라면 5월 연주 프로그램이 훨씬 더 좋을 것이다.
<정숙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