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일종의 정신이다
허리에 양손을 대고 좌우로 몸을 흔드는 이등병처럼
간단하고 절도 있게 눈을 깜빡이는 일이다
비행기가 빌딩을 들이박아도
땅이 갈라져 수없이 사람이 흙에 묻혀도
동요하지 않고
둘러앉아 아침과 저녁을 찬찬히 씹어 먹는 침착함의 미덕과 유사하다
탁!
껐다 켜는, 암전은 기술입니다
죽었다 살아나는 것은 기적이지만
기적을 바라는 것은 나쁜 습관입니다
거실에 불을 켜놓고 잠드는 일도 마찬가지
암전의 기술은 예고 없이
우리를 겨울에 도착하게 합니다
탁!
무릎을 치는 순간,
필라멘트가 끊어진 줄도 모르고
나는 당신을 떠올린다
매달린 전구알처럼 태도를 바꾸진 않겠지만
당신은 어둠 속에서
어둠으로서 완전하게 열리는 중이다
탁!
내 안의 모든 스위치를 켠다
극과 극이 만나고 있다
김지녀(1978~) ‘스위치’ 전문
비행기가 빌딩을 들이받아도, 지진이 일어나도 꼼짝하지 않으려면 세계로부터 완벽하게 나를 차단하는 길밖에는 없다. 이때의 차단은 죽음의 경지와 가히 견줄 만하다. 한겨울 암전이 온 집안을 냉방으로 만드는 것처럼, 나와 외부와의 단절을 이루려면 내 속에 있는 모든 생각들을 꺼야 한다. 캄캄한 암전 상태가 되어야 극과 극이 만날 수 있다는 것. 요가나 단전 아니면 명상, 이런 것들이라야 가능한 세계가 아닐까싶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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