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렛 한
별이 빛나는 밤에
바람이 오면, 오는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그리움이 오면, 오는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아픔도 오겠지요, 머물러 살겠지요. 살다가 가겠지요.
세월도 그렇게 왔다가 갈 거예요. 가도록 그냥 두세요. <도종환>
5월 어머님의 타계를 비롯해 여러 사람이 세상을 하직한다. 슬프다.
아침에 걷는 공원의 풀잎에 맺힌 이슬방울의 영롱한 아름다움에도, 어릴 적 손가락에 끼웠던 풀꽃반지의 추억이 어린 토끼풀들의 아름다움에도, 푸른 바다에 흰 파도가 그림처럼 몰려오며 방파제를 덮칠 때에도, 그래서 종종, “시몬, 너는 좋으냐. 저 파도 소리가. 파도는 해변과 모래와 바위를 덮고 있다.” 라고 혼자 읊조릴 때도, 이 모든 아름다움에도 왠지 슬플 때가 있다.
또 지난 주말 타계한 고 장영희 교수의 생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너무 아름다워 콧마루가 시큰거린다. 그녀는 말한다. “회색 빛의 암울한 겨울을 견뎌내고 고개 내미는 새싹에서 희망을 배운다.
찬란하게 빛나는 저 태양에서 삶에 대한 열정을 배운다. 화려한 꽃향기를 담은 바람에서 삶의 희열을 배운다.” 다른 많은 펑퍼짐한 아줌마들처럼 나도 그녀로 인해 버지니아 울프와 에밀리 딕킨슨과 워즈 워스와 만나며 얼마나 흥분했던가.
그래서 나는 친구의 영전에서 그녀와 나의 친구 워즈 워스의 시를 말했다. “한때는 그리도 찬란한 빛으로서, 이제는 속절없이 사라져간, 돌이킬 수 없는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우리는 서러워하지 않으며, 뒤에 남아서 굳세리라.”
세상엔 어려움이 너무 많다. 당장 셋돈이 없고 그로서리 살 돈이 없는 설음, 나 같은 사람에게 까지 “내 아들 (15세) 어떻게 하면 좋아요?” 라고 묻는 엄마의 절망. 요즘은 왜 그리 흔한 암세포로 인한 육신적 고통. 이러한 절망들이 보일때 선명하게 보이는 처절한 몸부림이 있다.
유태인의 <아니 마민>의 노래. 나치 독일에 의한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의 유태인이 겪었던 짐승 이하의 생활과 가혹한 노동으로 마침내 6백만명 이상이 목숨을 빼앗기는 상황에서 그들이 불렀던 노래. <나는 믿는다, 메시아가 꼭 오시리라는 것을.> 기독교에서는 메시아가 이미 오셨지만 그들은 그들을 구해줄 메시아가 오리라는 희망으로 몸서리치는 생지옥에서 살아남았다.
“목숨만 있으면 어떻게든 길이 있다.” (탈무드)
희망이란 엄청난 힘이다.
화려한 이력서는 어느 날 의사의 불치병이라는 진단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인생은 짧다. 지금 이 시간 나는 행복해야겠다.
창밖의 검푸른 하늘에 별이 빛난다. 별무리 속 해변에서 킬킬거리며 웃던 친구가 그립다. “Fun starts here.” 라고 카운터에 써놓은 워드 극장 아래층의 아이스크림 집에서 두 딸애가 쫑알쫑알 떠들어 대던 잘난 것도 없고 특출할 것도 없는 내 두 딸의 건강이 너무 예쁘고 감사하다.
하늘에 별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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