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주고 받은 편지 묶은 서간집 펴내
공학박사 출신의 가수 루시드폴(34·본명 조윤석)은 마종기(70·본보 문예공모 심사위원) 시인의 시를 “마르고 닳도록 읽을 정도로 좋아한다”고 공개적으로 여러 번 이야기해 온 마 시인의 ‘공인 팬‘이다.
단순히 노 시인과 팬의 사이였던 이들은 한 출판기획자의 주선으로 36년의 나이 차이를 뛰어넘는 특별한 친구가 됐다. ‘아주 사적인, 긴 만남’(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은 마 시인과 루시드폴이 2007년 8월부터 최근까지 2년 동안 주고받은 이메일을 묶은 책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루시드폴이 먼저 “제 인생에서 가장 거대한 ‘시인’이자 ‘음악인’”인 시인에게 자신의 근황을 담아 이메일을 띄우고 마 시인이 루시드폴에게 다정한 답장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물고기 마음’이라는 시가집을 펴낼 정도로 아름다운 가사를 만들어내 ‘음유시인’이라고 불리는 루시드폴은 마종기 시인의 시에서 많은 영향을 받아왔다. 마 시인의 시 ‘물빛’은 루시드폴을 거쳐 노래 ‘물이 되는 꿈’으로 탄생했고,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에서 받은 느낌은 ‘여기서 그대를 부르네’ 속에 담겼다.
루시드폴은 스물일곱이던 2002년 스웨덴에서 처음 이국생활을 시작해 당시 스위스 로잔 공대에서 유학 중이었고, 마 시인 역시 스물일곱이던 1966년부터 미국생활을 시작했다. 마 시인과 루시드폴 모두 이공계에 발을 딛고 인문학적인 예술을 하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계속 연구생활을 할 것인지,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될지, 아니면 음악만 하게 될지”를 놓고 고민해 빠진 루시드폴에게 앞서 같은 고민을 했던 마 시인은 진심어린 조언을 전해 주기도 했다. “내가 의사로 무탈하게 40년을 지낸 것은 내가 시인이기 때문이었고, 또 내가 시인으로 수십 년 지낼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의사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마 시인은 “음악을 업으로 하고 공학자로서의 지식은 도움을 주는 정도로만 쓰겠다”고 결심한 루시드폴에게 약간의 안타까움을 비추기도 했다.
마 시인과 이제 루시드폴은 앞으로도 이메일로 주고받으며, ‘아주 긴 만남이 될’ 인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함께 책을 낸 마종기 시인(왼쪽)과 루시드폴.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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