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협
외딴집은 보이지 않고
길가 작은 논물 속
송사리 몇 마리 심심하다고
하늘은 구름장 내려놓고 가고
아이는 제 얼굴 벗어 놓고 가고
그것들 휘젓고 놀다 귀찮은 날은
마음에 되도록 삿된 생각 들이지 않으려고
두껍게 얼음장 닫아걸고
웅덩이만한 저녁과
웅덩이만한 쓸쓸함이 함께
먹먹하게 고여 사는
메마른 내 생의 어디쯤
누군가 삽질해 놓은
마음 시리도록
푸르고 깊은 바닥
이관묵(1947~) ‘푸른 바닥’ 전문
송사리 몇 마리 살고 있을 뿐인 작은 물웅덩이는 세상 물욕으로부터 완전히 비껴나 있다. 고작해야 구름이나 천진한 아이 얼굴이 드리울 뿐인, 물웅덩이는 삿된 생각에 들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얼음장에 가두기도 한다. 꽝꽝 얼려서 더러워지는 것을 차단한다. 이런 삶이란 쓸쓸하고 적막하기 짝이 없지만 ‘푸르고 깊은 바닥’을 지키려면 이 정도의 절제는 반드시 필요한 것. 시인은 이런 물웅덩이 하나쯤 내면에 지니고 싶어 한다. 소박하면서도 맑고 깨끗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이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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