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유리창에 착 붙어
온기가 전해지는 아침,
노인은 무릎에 파스를 붙이며
외출을 준비하고 있다
고무줄로 묶인 파스다발이
약상자에서 솔솔 냄새를 낸다
우표 한 장의 힘으로
편지가 배달되듯
파스 한 장의 힘으로
가뿐히 몸을 일으켜 세운다
세월의 내력이 적혀진 몸에
겉봉 같은 외투를 걸치고
어디든 갈 수 있다고, 어쩌면
아름다운 그녀를 위해
그리움을 봉하고 제 몸에
우표를 붙였는지 모른다
중절모 쓰고 지팡이 짚고
대일파스 후끈후끈하게
붙은 봄날, 환한 골목에서
노인이 걸어 나오고 있다
윤성택 (1972~) ‘외출’ 전문
노인은 파스 한 장의 힘으로 일어나 어딘가를 간다는 발상이 재미있고도 쓸쓸하다. 우표딱지가 편지 겉봉에 들러붙듯이, 낡은 육신 어딘가에 척 하니 붙이는 ‘대일파스’. 우표딱지가 붙음으로 목적지까지의 도착이 가능한 것이 편지라면, 후끈후끈한 ‘대일파스’야말로 노인이 가고자하는 목적지까지 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우표딱지이다. 이토록 불편한 노구를 끌고 누구를 만나러 가는 길일까? 때는 바야흐로 봄날이다. 그리운 사람을 더욱 그립게 만들고야 마는.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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