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림질 하던 아내가 이야기 하나 해주겠단다
부부가 있었어. 아내가 사고로 눈이 멀었는데, 남편이 그러더래. 언제까지 당신을 돌봐줄 수는 없으니까 이제 당신 혼자 사는 법을 배우라고. 아내는 섭섭했지만 혼자 시장도 가고 버스도 타고 제법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게 되었대. 그렇게 1년이 지난 어느 날 버스에서 마침 청취자 사연을 읽어주는 라디오 방송이 나온 거야. 남편의 지극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아내가 혼잣말로 그랬대. 저 여자 참 부럽다. 그 말을 들은 버스 기사가 그러는 거야. 아줌마도 참 뭐가 부러워요. 아줌마 남편이 더 대단하지. 하루도 안 거르고 아줌마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구만. 아내의 뒷자리에 글쎄 남편이 앉아 있었던 거야.
기운 내 여보,
실업자 남편의 어깨를 빳빳이 다려주는 아내가 있다
영하의 겨울 아침이 따뜻하다
박제영 ‘아내’ 전문
이야기를 읽는 동안 나름대로의 감정을 경함할 것이다. 눈먼 아내에게 이건 너무하지 않느냐고 흥분부터 할지도 모르겠고, 아내가 불쌍해서 가슴부터 짠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야기에는 반전이 있다. 부부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반전이다. 실직한 남편을 배려하고 다독이는 마음이 이 정도이니 그의 아내는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인가.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부부들에게 용기를 주는, 참으로 귀하고도 따뜻한 메시지이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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