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년 10월 러시아에서 발생한 볼셰비키 쿠데타가 성공할 것으로 기대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사회주의 혁명 그룹 내에서도 소수 분자인 그들이 수많은 적들을 물리치고 정권을 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잡는다 하더라도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레닌을 필두로 하는 이들은 개혁 부르주아 세력인 케렌스키 정권을 몰아내고 러시아 황실 추종 세력인 백군과의 내전에 승리했다.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외국군의 개입을 물리치고 정권을 장악한 후에는 과거 한 때 동지였던 멘셰비키들마저 깡그리 소탕했다. 외부와 내부 적의 씨를 말려 감히 권력을 넘볼 생각조차 못하게 만든 것이다.
러시아 혁명 당시 볼셰비키 추종 세력은 전체 인구의 1%도 안 되었다. 이런 극소수가 어떻게 절대 권력을 움켜쥐고 그토록 오래 집권할 수 있었을까. 이들은 종교적인 신념으로 공산주의를 신봉했고 이 때문에 적에 대해 누구보다 무자비할 수 있었다.
이를 그대로 배우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 것이 북한이다. 현재 북한을 지배하고 있는 김일성-김정일 추종 세력도 숫자로 보면 극소수다. 해방 후 김일성이 북한에 첫 발을 디뎠을 때 그와 그의 후손이 오늘날 같은 독재 체제를 만드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북한에는 그보다 수적으로 월등한 우익 세력이 있었고 공산계열에도 연안파, 소련 2세파, 남로당파 등 숱한 파벌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김일성 추종 세력인 갑산파에 의해 제거되고 갑산파 일부마저 60년대 김정일 권력 승계와 관련 숙청된다. 현재 북한 내 김정일 가에 반기를 들 수 있는 세력은 전무하다.
지난 번 한미 정상 회담 때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대량 살상 무기 확산 방지 구상(PSI)에 동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수 물자를 싣고 북한을 떠난 강남호를 미 구축함인 매케인 호가 뒤쫓고 있다. 이 배 함장은 공교롭게 한국계인 제프리 김 중령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양국의 노력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지난 수십년간의 대북 제재에도 북한은 핵 개발에 성공했다. 핵무기를 정권의 존재 이유로 삼고 있는 북한이 이를 포기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유일하게 북한 정치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인데 중국 입장에서 핵을 가지고 껄끄럽게 구는 북한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북한 내 권력 구조 변화를 시도했다 혼란이 와 대량으로 난민이 유입되고 핵무기 통제가 불확실해지는 것보다는 현 체제가 유지되는 것이 낫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김정일 가문의 집권이다. 개성 공단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것이나 핵무기를 폐기할 것 같이 쇼를 하는 것도 결국은 체제 유지에 필요한 돈을 달라는 것이다. 이런 작전으로 북한은 지난 10년간 상당한 재미를 봤다. 오바마-이명박 정부는 앞으로는 이런 일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문제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절대 권력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는 남다른 권력욕과 정적에 대한 무자비함이다. 김정일은 이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길고 지루한 북한 드라마는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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