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든그로브 수정교회 로버트 슐러 목사가 자신의 딸을 교회지도자로 내세워 세습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아름다운 건축물과, 긍정적 사고방식으로 요약되는 슐러 목사의 메시지로 유명한 수정교회는 몇 년 전 아버지 슐러 목사가 아들 슐러 목사를 담임으로 내세우면서 부자 세습이 이뤄지는 듯 했다.
그러나 권력은 부자간에도 나눌 수 없는 법. 아버지 슐러 목사가 계속 수렴청정을 하면서 부자간 갈등이 심화됐고 결국 얼마 전 아들이 교회를 떠났다. 아버지 슐러 목사는 이번 달 초 자신의 딸 쉴라 슐러 콜먼을 교회의 ‘공동지도자’로 세우고 딸이 교회의 미래를 이끌 것이라고 선언했다. 딸은 목회자도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교회를 이끌겠다는 것인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교회를 개인 소유의 ‘왕국’으로 여기는 것 같다.
미국에서 간혹 교회세습이 이뤄지고 있지만 한국의 대형교회들을 따라 갈 수는 없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 대형교회 세습이 수정교회 사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점이다. 한국의 목회자들은 세습논란이 일 때면 “수정교회도 그렇고 빌리 그래함 목사도 자신의 전도협회를 아들 프랭클린 목사에게 넘기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한국에서는 1970년대 이후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대형교회들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카리스마를 앞세워 교회 성장을 이끌어 온 1세대 목회자들의 은퇴시기와 맞물리면서 교회세습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수도권의 많은 대형교회들에서 이미 부자세습이 완료됐거나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떠나는 목회자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 세운 교회인데” 라는 아까움과 서운함이 작용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럴 때 혈연의식이 고개를 든다. 일찌감치 아들을 신학공부 시켜 물려주기도 하고 다른 목사에게 넘겼다가 안 되겠다 싶었는지 뒤늦게 아들을 신학공부 시켜 세습시킨 목사도 있다. 세습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자신의 아들은 다른 대형교회 목회자로 앉히고 그쪽 교회 아들을 자신의 교회 목회자로 받아들이는 ‘세습 스와핑’도 이뤄진다.
세속정치에서도 세습은 북한 같은 사회에서나 있는 일로 치부되고 있다. 소유권이 명확한 기업에서 조차도 세습은 자랑스러운 일로 평가되지 않는다. 하물며 인간의 영혼을 다루는 교회는 말할 필요도 없다. 교회세습을 들여다보면 예외 없이 목회자들의 ‘공로의식’을 찾아보게 된다.
그러나 교회의 주인은 목회자가 아니라 그리스도라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다. 목사는 일정기간 파송을 받아 섬기는 일이 주어진 사람일 뿐이다. 교회가 성장하는 데도 교회 건물 갖기를 거부하고, 교회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다른 개척 교회로 떠나가는 일부 목회자들은 이런 정신을 구현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금년 82세인 아버지 슐러 목사는 영향력이 예전 같지 못하다. 거기다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재정도 어려워지고 있다. 부자세습에 여론도 비판적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딸을 후계자로 내세웠다. 교회 건물이 아무리 크고 아름답다 해도 이렇게 가다가는 영적인 파워는 상실한 채 세속적인 관광지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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