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릴때 방학을 앞두고 설레던 추억이 있을꺼다. 먼저는 늦잠을 잘 수 있다는 희망에 가슴 부풀고, 못가뵈던 시골 할머니집에 가 볼 생각으로, 수련회 참석 핑게로 놀러갈 궁리를, 친구들과 계곡과 해수욕장으로 …여름방학의 계획들로 시끌벅쩍하던 시절들…
아침 잠이 많은 관계로 늦잠을 잘 수 있는 방학을 그 누구보다도 절실히 기다렸다. 찾아뵐 시골 할머니집도 없었지만. 그래도 여름방학은 너무나 빨리 쏜살같이 지나간다. 매일 매일 바쁘게…
4학년이 될 딸아이를 두고 나는 고민했다. 공부는 잘 하긴 하지만….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이것 저것 Summer Camp를 염두에 두고 심사 숙고했다. Writing과 Math Camp를 보낼까? Science Camp를 보낼까? 생각하던 차에 딸아이가 방학이라고 상기된 얼굴로 내게 물었다.
“ 엄마는 방학때 뭐 했어?” 나는 뭐했더라?....생각하니 별거 없었다. 아침늦도록 늦잠자고, 오후 내내 친구들과 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놀다가, 이친구와 싸워서 삐지기도 하고, 여자아이 울리는 남자아이 응징하러 다니기도 하면 오후는 금새 지나고, 잠시 저녁먹으러 친구들과 어쩔 수 없는 헤어짐 뒤엔 오후의 용사가 다시 뭉쳐 밤새 숨박꼭질을 하며 놀았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하루는 어릴때 놀던 약수동 동네를 가보았다. 그렇게 크던 국민학교 교실도 너무 작게 변하였고, 서로의 용기가 큼을 과시하며 뛰어 내리던 축대의 높이는 실망스러움 그 자체 였다. 그래도 생각하면 입가의 꼬리는 올라가며 행복한 추억으로 인해 마음이 따스해진다.
순간 딸아이에게 미안해졌다. 일하는 엄마를 둔 까닭에 늦잠은 꿈도 못 꿀테고, 밤새 숨박꼭질 할 수 있는 여건도 전혀 안되고, 한국 할머니집에 휙 갔다 올 수도 없고….
‘엄마 나 뭐하고 재미나게 놀 수 있는데?’ 하는 얼굴로 날 올려다 봤다. 에고 에고 ….마음이 찡해왔다. 그리곤 한 군데를 찾았다. 매일 매일 열심히 노는 곳으로…오늘 딸아이는 수영장에 갔다왔다. 내일은 영화를 보러 갈 것이며, 그 다음날은 Great America를 간단다. 딸아이의 얼굴은 하루하루 까맣게 변해갈꺼다. 즐거움지수와 비례하며…
방학이라고 내주던 숙제는 기억에 안 남는다. 하지만 누구와 뭐하며 놀았는지는 기억한다. 그 기억들로 인해 풍성한 추억으로 이밤에 슬며시 미소 짖는 건 아닌지…내 딸아이에게도 미소짖는 추억으로 남는 방학이 되었음 한다.
기로에 서서 선택한 길이 행복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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