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구름이 머릴 풀어헤치고 내려온다 그 발자국 소리에 놀란 개 짖는 소리 들리어 온다 길 하나 갉아 먹고 또 다른 산길 하나 꼴까닥 삼킨다 온 마을을 성큼 베어먹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이가 시린 듯 잠깐 쉬다가 찬찬히 지붕을 하나 둘 뜯어 먹는다 입속에 실성한 누구 집 처녀 후다닥 뛰어다닌다 개 짖는 소리에 놀란 산골마을, 물러서 있던 마을이 연신 얼굴을 내민다
나는 지금
실성한 처녀의 몸에 스크레칭*하고 있는 구름장을 보고 있다
‘박우담 ‘구름 화실’ 전문
* 도화지에 색을 덧칠해서 긁어내는 기법.
하늘이 캄캄하게 변하면서 자욱하게 빗발이 쏟아질 때는 생각해보면 이 시는 쉽게 이해가 된다. 길이고 마을이고 갉아 먹히는 이유는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비가 퍼붓는다는 얘기다. 그럴 때 지붕에 듣는 빗소리는 “이가 시린 듯 잠깐 쉬다가 찬찬히 지붕을 하나 둘 뜯어먹는’ 소리가 될 것이다. 한바탕 소란스럽던 소나기가 걷히면서 서서히 얼굴을 드러내는 마을… ‘미친년’처럼 변덕스러운 장마철의 현상을 ‘스크레칭’이라는 기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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