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parture (출발)
바이올렛 한
서울의 동생이 아버님 산소 이장 과정을 사진으로 엮어 이메일을 보냈다. 40대 젊은 나이로 1970년에 돌아가셨으니 40년 되었는데도 아버님의 유골이 거의 그대로였다. 말로만 듣던 사람의 유골을, 다른 사람아닌 내 아버지의 유골을 대하니 아버님 육신의 실존에 가슴이 뛰고 콧마루가 시큰거리고 눈물이 마구 쏟아져내렸다.
결국 흙에서 왔다가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이 새삼 허무했다. 아버지께 자식 노릇 한번 못한 한이 억울하고 슬퍼 또 눈물이 났다.
식구들이 모두 외출하고 혼자 훌쩍거리고 있자니 슬픔이 밀려와 아는 지인에게 전화해서 영화를 보러가자고 했다. 마침 그녀도 막 외출에서 귀가중이어서 우린 함께 카할라 몰에 가서 프로그램중 가장 로맨틱해보이는 “Departure” 의 표를 사서 들어갔다.
아름다운 산과 들을 배경으로 첼로의 현을 켜고 있는 젊은 남배우의 모습이 퍽 로맨틱해보이던것과는 달리 처음 장면이 죽은 처녀의 시신을 염하는 장면이었다. 가뜩이나 아버님 유골을 보고 찔찔 짜다가 다시 시신 염 장면을 보다니 이게 무슨 연고인가 싶었다.
스토리는 도쿄에서 명성있는 오케스트라 첼리스트가 갑작스런 악단 해체로 하루 아침에 실직자가 되어 장례계획사가 된 후에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해가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영화속 주인공은 자신의 새로운 직업에 대한 아내와 친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직업에 몰두하며 자신이 잊고 지냈던 아버지와의 화해 과정을 보여준다.
부모님에 대해 묻는 아내의 질문에 주인공은 아버지는 전혀 기억에 없고 보고싶지도 않고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고 한다. 어느날 냇가에서 자갈돌을 줏어 아내에게 주며 “이것을 손에 쥐고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고 말한다. 유년시절에 자갈돌을 손에 쥐어주며 말했던 유일한 아버지의 기억이다.
어느날 급한 전화를 받는데 아버지의 뜻밖의 사망소식을 접한다. 아내의 충고에 밀려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인부들이 일하고 있는 하역장에 가서 거적에 덮힌 아버지를 본다. 옆에서 아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아버지의 시신을 매만지는 동안 주먹져 있는 아버지의 손안에 자갈돌이 쥐어져있는것을 보는 순간 주인공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린다...
내 아버님은 술을 좋아하셨고 일을 좀 많이 하셨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겨울에 귀가하실때는 아무리 늦어도 꼭 군밤이나 군고구마를 오바 호주머니에 넣어가지고 오셔서는 현관에서 “얘들아 나오너라.”를 복창하셨다.
당신은 돌아가시기 전 꼭 5년만 더 일해서 없어진 선산 (큰아버님께서 선산을 팔어 버리셨다.)을 되찾고 그곳에서 사과나무 심고 배나무 심고, 농사짓고 사시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말씀대로 5년 후 선산을 되 사시고 계약을 체결하신 후 그후 보름만에 돌아가셨다.
그리고 말씀대로 그곳에 묻혀 계셨다.
아버님 계신 곳을 가자면 차 한대 간신히 들어갈수 있는 황톳길을 굽이굽이 몇굽이를 돌아, 과수원을 몇개 지나고, 과수원길 양옆의 어른 키만한 코스모스 물결을 지나 먼산 넘어 푸른하늘에 뭉게구름이 탐스럽게 떠다니는 충청도 두메산골이다.
그러나 코스모스 하늘 대던 두메 산골에 이제는 비료 사료 공장이 들어서고 달구지 넘나들던 황토길은 시멘트로 포장되어 과수원길 아카시아도 사라진지 오래다.
꼬불 꼬불 논두렁길도 시멘트로 포장되어 무슨 공장이 되었다.
코스모스 추억이 사라진 머나먼 곳의 아버님께 과연 차세대 후손들이 얼마나 찾아뵐까.
차라리 가까운 경기도 땅, 시원한 가로수길을 지나 푸른 잔듸가 아름다운 어머님 묘소에 함께 계신것이 흐믓하다.
그러나 아기 소나무가 이젠 어른이 된 선산의 솔바람 소리와 그 앞 마을 머언 남빛 산마루위로 흐르는 구름떼들, 산허리의 갈대잎, 이들과 소원해질 우리가 슬프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는다. 그러나 그때 우리는 영원을 향한 새로운 출발을 향해 떠난다. 미움도 원망도 모두 버리고.
이장하던 날 동생 일지의 마지막 문장이다. “주룩 주룩 내리는 빗속에서 이장을 마치고 대전 집에 도착하니 통통통 뛰어나오며 환하게 웃는 돼지 녀석(손주). 그래 누군가는 늙어 이땅에서 사라져도 이렇게 새 생명이 자라 이 세상이 계속되는구나. 아버지와 어머니, 저희들,그리고 모두에게 평화를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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