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에 식당 털리고 취객들은 싸움질에 급기야는 살인까지….
워싱턴의 한인타운 애난데일이 우범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 들어 강, 절도와 폭력 사건이 빈발해진 것은 물론 정경한의원 이정애 원장 살인사건까지 벌어져 한인들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주 애난데일의 A 식당에는 도둑이 들어 기물을 털어 달아났다. 도둑은 영업이 끝난 시각에 이 식당에 침입해 주류(酒類) 등을 훔쳐갔으나 다행히 다른 피해는 없었다 한다.
얼마 전에는 B식당에도 유리창을 깨고 도둑이 침입해 돈을 훔쳐간 사건이 발생했다. 이 식당 사장은 “요즘 애난데일의 식당가에는 좀도둑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대부분 영업이 끝난 후에 침입해 현금이나 물품 등을 훔쳐가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절도사건은 식당뿐만 아니라 애난데일의 사무실이나 주택가에도 예외 없이 발생하고 있어 한인들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정경한의원과 세븐 일레븐이 소재한 샤핑몰의 맞은 편 오피스 빌딩의 한인 사무실 몇 군데가 털려 컴퓨터와 핸드백 등이 도난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또 인근의 주택가에도 좀도둑이 들어 물건 등을 훔쳐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인끼리의 폭력사건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주 C식당 앞에서는 심야 활극이 벌어졌다. 식당의 한인 손님들끼리 시비가 붙어 결국에는 싸움으로 번진 것이다.
당시 싸움을 목격한 모씨는 “그들은 주위에서 말려도 막무가내 식으로 서로에 달려들다 경찰이 출동하기 직전 사라졌다”며 “애난데일이 왜 이리 험악해졌는지, 한복판에서 폭력이 난무하니 불안해서 못 살겠다”고 말했다. 이 식당 앞에서는 올해 초에도 칼을 휘두르는 폭력사건이 발생했다.
범죄는 점점 대담해지고 흉포해져가는 양상이다. 지난해에는 합동수사당국에 체포된 대규모 한인 담배 밀매조직의 근거지가 애난데일로 밝혀지면서 한인들의 얼굴에 먹칠을 한 바 있다. 이들은 담배 밀매는 물론 세금 포탈과 돈 세탁, 신분증 위조, 심지어 청부살인까지 의뢰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4일 대낮에 큰길가에 접한 주택에서 발생한 이정애 한의사 피살사건은 애난데일이 더 이상 범죄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이밖에도 한인들이 연루되지는 않았지만 라티노들 사이의 강력사건도 빈번하다. 특히 MS 13, MS 18 같은 라티노 갱단들이 애난데일에 진출, 매춘과 마약 거래 등을 일삼으면서 잔인한 사건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애난데일이 범죄에 무방비 노출되고 있는 원인은 불경기로 인한 생계형 범죄의 급증에서 찾아진다. 건축업 관련 일용 노동자로 생계를 유지해온 많은 라티노들이 실직 상태를 겪으며 ‘먹고 살기 위해’ 범죄의 길로 빠져드는 사례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애난데일 지역에는 F 아파트 등지에 1만 명이 넘는 라티노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라티노 권익단체에서는 파악하고 있다.
여기에다 한인들이 현금을 많이 보유한 ‘부자’라는 인식도 범죄에의 유혹을 제공하는 한 이유로 꼽힌다. 실제 라티노들 사이에서 한인들은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돈이 많은 사람들’로 인식돼 있다 한다.
한인들의 신고정신 부재도 범죄를 막지 못하는 한 원인이다. 훼어팩스 경찰국의 이 건 경위는 “한인들은 강절도 피해를 입어도 웬만해서는 신고하지 않고 그냥 넘어 간다”며 “작은 피해라도 신고를 해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범죄 급증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한인사회에서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인 타운을 방치했다가는 범죄의 온상으로 전락함은 물론 한인들의 직접적인 피해가 커진다는 걱정 때문이다.
굿스푼 선교회 김재억 목사는 “라티노 사역을 하면서 피부로 느끼고 있지만 애난데일의 밤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며 “한인 상가가 지속적으로 입을 피해는 물론 자칫 한인 청소년들이 밤늦게 다니다 라티노 갱들과 충돌하면 대형사고도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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