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 아시안 남자 최초 메이저 챔프 등극
PGA 챔피언십 마지막 날 우즈에 역전 우승
‘바람의 아들’ 양용은(37)이 골프 역사에 남을 거대한 이변을 연출했다. 한 번 잡은 리드는 절대 안 놓친다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역전불허’ 신화를 무너뜨리고 아시안 남자로는 역사상 처음으로 메이저 골프 대회 정상에 올랐다.
제주도에서 태어난 양용은은 16일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헤이즐틴 내셔널 골프클럽(파72·7,674야드)에서 벌어진 올 PGA투어 시즌의 마지막 메이저대회 ‘PGA 챔피언십’에서 우즈의 덜미를 잡고 메이저 챔피언의 꿈을 이뤘다. 우즈에 2타 뒤진 공동 2위로 4라운드를 맞은 양용은은 이글 1개에 버디 2개, 보기 2개를 곁들여 2언더파 70타를 쳐 합계 8언더파 280타를 기록, 퍼터가 말을 안 들어 3타를 잃은 우즈(5언더파 283타)에 역전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에서 라운드마다 순위를 끌어올린 양용은이었지만 ‘골프황제’와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펼치고도 역전 우승을 이끌어 내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즈는 리드를 안고 파이널 4라운드에 들어간 메이저대회에서 이날 전까지 14전전승으로 진 적이 없었고 2타차로 앞섰던 대회서는 9년째 패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용은은 조금도 주눅 들지 않는 플레이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우즈가 헤이즐틴에서 이변의 제물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7년 전에는 마지막 4개홀 연속 버디를 잡은 추격전 끝에 1타차로 아깝게 리치 빔에 우승컵을 내준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는 역전승에 실패한 것이지 역전패를 당한 것이 아니었다.
우즈는 이날 자신의 퍼포먼스에 대해 “다 잘 했는데 공만 홀컵에 넣지 못했다”며 “샷은 잘 맞았는데 꼭 필요할 때 펏을 떨구지 못한 게 패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나흘 동안 충분히 우승할만한 골프를 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퍼팅이 좋아야 하는데 난 놓친 펏이 너무 많았다. 오래 골프를 치다보면 그런 날이 오기 마련인데 애석하게도 내게는 오늘이 그날이었다”고 말했다.
양용은은 지난 3월 혼다클래식에서 PGA투어 첫 승을 신고한 세계랭킹 110위 골퍼지만 3년 전 중국에서 열린 HSBC 챔피언스에서도 호랑이를 잡은 적이 있는 ‘타이거 킬러’다.
양용은은 이날 14번 홀에서 이글을 잡아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리드를 잡았다. 그러면서 우즈가 앞서가면 양용은이 따라잡는 식의 경기의 전세가 뒤집힌 것. 301야드로 세팅된 짧은 파4홀에서 양용은과 우즈는 티샷 한방으로 그린을 노렸다. 이때 양용은의 티샷은 그린 못 미친 벙커 바로 옆에 걸렸고 우즈의 티샷은 벙커에 빠지고 말았다. 우즈의 벙커샷은 홀컵 8피트 부근에 멈췄고 다음은 양용은의 차례. 양용은이 20야드를 남기고 친 칩샷은 그린 위에 사뿐히 내려앉더니 10야드 이상 굴러 홀컵으로 직접 빨려 들어갔다. 이 홀에서 버디를 잡은 우즈의 고개를 숙이게 만든 그림 같은 이글이었다.우즈의 표정은 굳어지기 시작했고 양용은은 우승컵을 향해 한 발짝 다가갔다. 양용은은 17번홀에서 마침내 프레셔를 느끼기 시작한 듯 스리펏 보기를 범했다. 그러나 1타차 선두로 마지막 18번홀(파4)에 들어간 양용은은 206야드를 남기고 나무 위로 높이 친 3번 하이브리드 아이언 샷을 홀컵 12피트 옆에 떨어뜨리며 승부를 갈랐다.
승리를 확신한 양용은은 버디펏을 성공시켜 멋지게 우승을 확정지었고 결국에는 ‘메이저 무관의 해’를 보내게 된 우즈는 파펏마저 놓쳐 양용은에 3타차로 패했다.
<이규태 기자>
환호하는 양용은(왼쪽)과 고개숙인 타이거 우즈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양용은이 워너메이커 우승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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