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양용은이 16일 올 PGA투어 시즌의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자 중계방송을 맡은 CBS의 해설가는 “양용은이 타이거를 혼내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용은이 지난 2005년 중국 상하이 서산인터내셔널골프장(파72·7,165야드)에서 열린 유럽프로골프투어 겸 아시아프로골프 투어 HSBC챔피언스에서 우승했을 때도 준우승 선수가 우즈였기 때문이다.
그때 “다른 선수를 의식하지 않고 내 플레이에 집중했다”고 말했던 양용은은 이번 대회를 마치고 나서도 “긴장하지 않아서 좋은 플레이가 나왔다”고 밝혔다.
말은 쉽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우즈를 상대로 경기를 치르며 위축되지 않는 선수가 있을까. 2005년부터 올해까지 우승한 29개 대회에서 우즈의 최종 라운드 평균 타수는 68.03타였다. 그런데 우즈와 최종 라운드에서 동반 플레이를 펼친 선수들 평균 타수는 72.5타에 이르러 무려 5타 가까이 격차가 벌어졌다.
우즈는 최종 라운드에서 펄펄 날았지만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치른 경쟁자들이 제풀에 무너져 우승컵을 헌납하는 형식이었다. 우즈와 동반 플레이가 낯선 하위 랭커들은 여지없이 ‘붉은 셔츠의 공포’에 몸을 떨었다. 피터 로나드(호주)는 2005년 뷰익인비테이셔널 최종 라운드에서 77타로 무너졌고 이듬해 로드 팸플링(호주)도 76타를 쳤다. 2007년 PGA챔피언십 때 스티븐 에임스(캐나다)는 4라운드에서 우즈와 맞붙었다가 76타로 망가져 69타를 때린 우즈에게 혼쭐이 났다. 올해 메모리얼토너먼트에서 마아클 레트직(미국)은 우즈가 65타를 때린 동안 75타를 치는 부진 끝에 10위 이내에도 들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양용은은 달랐다. 최종 라운드에 앞서 양용은은 비록 내일 떨리겠지만 집중하고 내 나름대로 경기를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또 “우즈는 (PGA 투어에서) 70차례 우승했지만 나는 단 한 번 밖에 못해 70대 1의 확률”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양용은은 정말 마음을 비우고 ‘자신만의 플레이’를 실천했다.
양용은은 마음을 비웠지만 반대로 우즈는 조급한 기색이 역력했다. 메이저 우승컵 없는 시즌이 될지 모른다는 초조감이 그린 플레이에서 드러났다. 퍼팅 라인을 읽을 때 미세한 오차가 생겨났고 볼이 홀을 외면할 때마다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17번홀(파3)에서 긴장한 탓인지 첫 펏이 어이없이 짧았지만 스스로를 다독였다. 다음 펏을 넣으면 되고, 아니면 보기를 적어낸다는 심정이었다. 보기를 했지만 이런 여유 덕에 웃을 수 있었다.다행히 우즈도 실수 끝에 보기로 홀아웃했다.18번홀에서 배짱이 두둑한 세컨샷으로 승부를 가른 양용은은 “큰 대회라고 해서 긴장하고 그러면 안 되더라. 내가 우승한것은 마음을 편하게 먹고 경기를 했을 때”라고 ‘호랑이 사냥법’을 알려줬다.
타이거 우즈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양용은이 바람의 방향을 측정하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