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골프계를 놀라게 한 무명 양용은의 PGA 메이저 우승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아시안으로서 첫 메이저 제패라는 의미도 크지만 무엇보다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꺾었다는 점에서 미국 언론들에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양용은의 우승을 스포츠사의 3대 이변 가운데 하나로 꼽은 폭스 스포츠 보도는 이런 놀라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시사 주간지인 ‘타임’ 같은 점잖은 언론들도 양용은의 인생 스토리를 특집으로 다루면서 한국 골프의 성장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타임에 따르면 아시안 선수가 메이저 우승에 거의 다가갔던 사례는 여러 번 있었다. 지난 1971년 브리티시 오픈에서 대만의 리앙-후안 루 선수가 리 트레비노에 한타 차로 뒤져 준우승에 머물렀으며 1985년에는 역시 대만 선수인 T.C. 첸이 막판에 무너지는 바람에 아깝게 US오픈 우승을 놓친 적이 있다.
이후 아시안 선수들은 PGA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지난 몇 년간 한국의 최경주가 두각을 나타내면서 그는 아시안 최초 메이저 우승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기대를 모아왔다.
아시안 최초의 메이저 우승을 자신했던 최경주는 지난해 한국의 한 은행이 한국 선수가 PGA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가산 금리를 제공하는 예금상품을 선보이자 “우승할 선수는 나밖에 없다”며 은행을 상대로 초상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런데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양용은이 덜컥 우승을 차지했으니 최경주는 머쓱한 입장이 돼 버렸다.
최경주와 양용은은 너무 닮았다. 외모도 비슷하고 골퍼로서 걸어온 길도 판박이 같다. 두 선수는 멀리서 보면 쉽게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역도와 바디 빌딩으로 다져진 체격과 얼굴이 엇비슷하다.
골프 역정은 외모보다 더 닮아 있다. 최경주는 완도, 양용은은 제주도로 두 사람 다 섬 출신이다. 최경주는 완도 수산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처음으로 골프채를 잡았고 양용은은 고등학교 졸업 후 웨이터 생활을 하다 스물이 넘어서야 처음 골프를 알게 됐다. 부모들의 헌신과 지원 속에 어릴 때부터 골프채를 잡는 요즘의 골프 꿈나무들과는 완연히 다른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골퍼로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두 사람의 가장 두드러진 공통점을 들라면 지독한 연습벌레라는 사실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두 선수 모두 늦깎이라는 불리를 극복하기 위해 남보다 몇 배 더 많은 땀을 흘렸으며 이것은 습관으로 굳어졌다.
2007년 PGA 우승 이후 최경주는 조금 부진한 모습을 보여 왔다. 본인은 감량과 스윙 교정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메이저 우승에 대한 주변의 기대에 부담을 느꼈을 법도 하다. 최경주로서는 양용은에게 최초를 빼앗긴 게 조금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 부담을 훌훌 털어 버릴 수 있게 됐다.
걸출한 두 선수의 경쟁은 서로에게 발전을 위한 좋은 자극제가 된다. 아무쪼록 최경주와 양용은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PGA에서 토종 한국 골프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코리안 쌍끌이’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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