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인들을 먹여 살리는 것은 비단 나일 강의 젖줄만이 아니라 조상들이 남긴 흔적들과 문화유산임은 누구나가 인정하는 바가 아닌가? 대운하에는 과연 소통의 시대정신이 흐를까? 한 시대를 관통하는 사상적 흐름이나 시대적 조류라 하는 것은 논란을 잠재우며 강행한 가시적인 업적에 따라 좌우되지 않는다. 시간이 좀 더 흐르고 난 뒤 우리의 후손들이 우리의 삶을 조망할 때 비로소 시대정신이라는 것도 틀을 갖출 수 있다. 대운하의 관광지를 따라가면서 외국인은 과연 천년의 역사를 거슬러 한반도의 땅과 정신적인 소통을 할 수 있을까? 유아적인 희망사항일 뿐이다. 대운하의 건설 사업이 과연 동양의 예지와 서양의 합리성이 고도로 결합된 현장이 될까? 동양의 정신과 서양의 기술이 낳은 통합의 현장이라고 하기에는 대운하는 너무도 물질적이고 정치적인 소재에 불과하다. 고속도로와 대운하를 인위적 소통과 정신사적 소통으로 대비시킨 것은 지난 시대와 현 시대의 정치세력과 맞물려 온당치 못하다. 의혹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대운하 공사로 인한 환경파괴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하나님께서 세우신 원래의 형질을 뜯어고치는 것은 국토의 성형수술이 아닌가? 자연에 칼질을 하는 것은 창조주의 얼굴을 상하게 하는 행위임을 왜 모르는가! 진정 물 흐르듯 하는 국민적 여론수렴과 함께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한 토론이 전개되려면 국민 전체가 참여한 대토론회를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물길을 거꾸로 흐르게 말라! 큰 강은 큰 강대로, 작은 강은 작은 강대로 그들이 지닌 아름다움과 생태적 형상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창조 이후로 하늘은 하늘의 길을 지켰고 땅은 땅의 길을 지켰으며 강과 바다는 물들의 길을 지켜왔다. 인공의 힘을 가해 자연개발과 생활편의를 구실로 대자연을 파괴할 때마다 인류는 그만한 대가를 치렀다. 과학만능을 부르짖을 만큼 인류는 거인이 되었지만 아직도 자연의 재앙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땅이 모자라 간척지를 개발할 때마다 농경지로 변한 드넓은 땅에서 낟알을 추수하기도 하고 산업단지의 조성을 통해 경제적 이득은 남겼지만, 그로 인해 자연은 지독한 몸살을 앓았고 생태계는 비참할 정도로 파괴되어버리곤 했다. 새만금 방조제의 거국적인 공사 역시 관심국가의 찬탄을 불러일으키지만 환경론자들에게는 악몽의 현장일 뿐이다. 거대한 간척지로 인해 농지로 활용할 수 있는 땅이 넓어진 이면에는 세계적인 늪지대가 사라진다는 어마어마한 손실이 있다. 이 땅의 작은 물줄기 하나도 경홀히 여길 수 없다. 물줄기마다 연결되어 있는 숱한 생명고리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욕심으로 하늘이 정한 물길을 되돌리려는 것은 역천(逆天)이다. 모름지기 진정한 소통자는 아첨하는 입술을 경계할 일이다. 한반도의 물길을 되돌리려는 대역사보다는 민족의 정신세계를 하나로 묶는 일이 더 시급하다. 동서로 나뉘고 남북으로 갈라진 민족혼을 단일민족의 기상으로 아우르는 대동단결이 선결되어야 한다. 소통의 모델이 되어야 할 교회의 지리멸렬과 분열상부터 해결할 일이다. 대중은 차치하고 소위 지도자라 일컬어지는 엘리트집단의 물고 찢는 형국을 바로 잡을 일이다. 깨어진 가정을 복원하고 결손가정들을 복구하는 사회적 회복운동을 앞서 전개할 일이다.
‘문명사적 소통’은 적절한 제목이 아니다. 대운하라는 인위적인 소통의 길을 뚫고자 사람들의 마음에 커다란 장벽을 쌓는 아이러니를 칭송만 할 일은 아니다. 문명사라는 형용어를 붙이기에는 대운하 사업은 너무도 국지적인 프로젝트에 불과하다. 예산이 얼마나 소요되고, 그 연관효과가 얼마일 것인가 와는 상관없이 “하나의 사건”일 뿐이다. 전체 국민의 마음이나 한반도의 역사에 면면히 스며 있는 어떤 기운을 읽지 못한 처사다. 권력자의 의지만으로, 전문가 집단의 비현실적 지원에 힘입어 추진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역사다. 내 집 앞마당의 작은 뜰을 지키는 정성이 없으면 국토방위는 허울 좋은 구호에 불과하다. 동네의 길옆으로 흐르는 작은 개울을 아끼는 마음이 없으면 운하개발은 억지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극히 작고 작은 땅덩어리에서 대운하 운운은 해상왕 장보고가 환생해도 웃을 일이다. 한반도의 좁은 길을 따라 산골짝에서 남도의 끝자락까지 도로는 많고 철로도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으며 남해가 태평양의 물을 동해와 서해로 이어주지 않는가! 필자는 한반도대운하와 관련된 식자층의 논전이 우습고 민족의 현안을 부둥켜안고 몸부림치기보다 일종의 요설로 민중의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키는 소위 지성그룹들이 안쓰럽기만 하다. 한반도대운하에 관한 논의 자체가 백지화되어야 한다. 국론만 분열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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