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게 왔다
정선 몰운대 죽은 소나무
내 발길 닿자
드디어 마지막 유언 같은 한 마디 던진다
발 아래는 늘 벼랑이라고
몸서리치며 울부짖는 나에게
몇몇 백년
벼랑 위에 살다 벼랑 위에서
죽은 소나무는
내게
자신의 위태로운 평화를 보여 주고 싶었나 봐
죽음도 하나의 삶이라고
하나의 경건한 침묵이라고 말하고 서 있는
정선 몰운대 죽은 소나무
서 있는 나무 시체는
죽음을 딛고 서서
따뜻하고 깊은 목숨으로
내 마음에 돌아와
앞으로 다시 몇몇 백년
벼랑 위의 생을 다짐하고 있다.
신달자 (1943~) ‘벼랑 위의 생’ 전문
사람은 누군가의 불행을 통해서 자신의 행복을 확인하는 습성이 있다. 정선 몰운대 소나무를 보게 된 시인이 그런 셈이다. 발아래가 늘 벼랑이었다고 진술할 정도이니 충분히 가늠되는 화자의 삶이지만, 몇몇 백년의 생을 벼랑 위에서 살다가 죽어서도 그 벼랑을 떠날 수 없는 소나무를 보면서 깨닫는다. 나아가 소나무는 초월적인 그 무엇으로 인식되어지고. ‘죽음도 하나의 삶’이라는 생각, 그것을 깨달았으니 시인의 삶은 한결 편안할 것이 분명하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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